낮 30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우리가 의(義)를 들어 여기에 이른 것은 그 본의가 다른 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蒼生)을 도탄(塗炭) 속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盤石) 위에 두고자 함이다.

안으로는 탐학(貪虐)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橫暴)한 강적(强敵)의 무리를 내쫓고자 함이다.”

1894년 3월27일(음력) 동학농민군이 대내외에 공포한 창의문은 그러했다.

그리고 황토현 전승일이 5월 11일.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같은 농민군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군과 격돌해 처음 대승한 날.

이 싸움으로 농민군의 혁명 열기가 크게 높아졌고,

이후 동학농민혁명이 전국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전북 고창 무장에서 처음 봉기한 무장기포일(4월 25일)

전북 부안 백산에서 4대 강령과 봉기 격문을 발표한 백산대회일(5월 1일)

전북 전주에서 관군과 강화를 맺은 전주화약일 6월 11일도 기념일 후보로 올랐더라지.

국가에서 기념일을 주관하니 혁명을 주도한 동학농민군의 위상도 제고될 테지.

반봉건 민주항쟁, 반일항쟁의 혁명은 미완에 그쳤으나

항일의병,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광화문촛불혁명으로

면면이 이러졌나니.

가슴이 뜨거워지는 오늘이다.


오전 수행 뒤 책을 읽다 이른 낮밥을 준비하다.

밖에 사는 물꼬 안식구들 가운데 하나가 점심 무렵 황간역에서 기차를 탄다 해서

마침 있는 토마토로 스파게티와 구운 빵을 낸다.

숨돌린 뒤 달골 컨테이너 창고 뒤란 언덕 아래로

산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무시로 드나들며 밭을 밟기

철사망으로 울타리를 치다. 길이 아니니까.


식구들 모였을 때 일 하나 잡지.

학교 뒷마을 댓마 기슭에 올라 대나무 열두 그루 잘라오다.

관리하는 이에게 말 넣으니 필요한 만큼 잘라가라데.

그 가운데 아홉 그루는 달골에 올려 사이집 북쪽 울 쪽으로 파티션을 세우다.

바깥수돗가에서 밖으로 이르는 시선을 차단하기 위하여,

더 정확하게는 밖으로부터의 눈길을 끊기 위하여.

그 아래 수세미를 심으리라 한다.

그런 것 하나도 쉽지가 않더라.


밤, 하안샘의 전화가 들어온다.

사이집 정화조 미장일을 의논한다.

간단하다 하지만 늘 하는 일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라.

가까이 물꼬의 일상 일들을 의논할 사람 하나 있으니 좋으네.

어차피 멀리 있는 이야 그런 일에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라 했을 것이라.


편집자가 곧 출간하려는 책의 원고, 교정교 마지막 장 보내오다.

6월 말 출간 예정하며 디자인팀도 작업 시작했다고.

저자 교정은 불날까지 보내기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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