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14.불날. 맑음

조회 수 673 추천 수 0 2019.07.19 09:51:59


6월 말에 낼 책의 교정 2일차.

간단한 먹을거리로 끼니를 챙기며

달골에서 한발도 움직이지 않는다.

엊저녁 다녀간 벗이 들여 준 먹을 것들이면

나무날 마감까지 움직이지 않아도 되겠는.

집중명상의집 사이집이 좋은 작업실이 되어준다.


하지만 달골이라고 일이 없는 물꼬인가.

원고 작업을 하다 벽을 만나면

잠시 쉬며 새로 들여왔던 냄비들 소다로 소독처리하고,

구석의 선풍기를 꺼내 어느새 먼지 붙은 날개도 닦고,

저녁에는 사이집 편백이며 잔디며 물주고 풀도 좀 매고.


학교아저씨가 올라와 아침뜨樂 일을 도왔다.

치다 만 연못을 치고,

어제 들이다 만 창고동 곁 나무들을 들이고,

그리고 학교로 내려가서는 밭에 푸성귀들 물주고.


밤, 잠시 산 아래 마을을 다녀오다.

벗 하나가 물꼬까지 들어오면 시간도 길어지고 옥선생 일도 방해한다며

가볍게 바깥밥 한 끼 먹기로.

거기서 물꼬에서 분가해 나간 한 식구들 소식을 듣다.

서로 코가 석자라 가까이 살아도 얼굴 보기가 쉽잖았던.

새로운 교육 공간을 만들어 날로 번창하고 있었다.

고맙다, 잘 살아주어. 청출어람이라!

원래도 뛰어난 이들이었으나

물꼬의 날들이 또한 큰 자산이었으리라 믿는다.

예전 그런 말들이 있었다,

물꼬에서 한 해를 살면 어디 가서도 훌륭하게 제 몫하며 산다는.

나는 또 나의 길을 가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714 2019. 6.29.흙날. 비 / 칼국수를 노래함 옥영경 2019-08-14 600
1713 2019. 6.30.해날. 오후 갬 / 남북미 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옥영경 2019-08-14 484
1712 2019. 7. 1.달날. 아주 잠깐 빗방울 두엇 / 풀매기 원정 옥영경 2019-08-14 614
1711 2019. 7. 2.불날. 맑음 / 날마다의 삶 속에 만나는 기적 옥영경 2019-08-14 572
1710 2019. 7. 3.물날. 맑되 잠깐 구름 /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나쓰카리 이쿠코/공명) 옥영경 2019-08-14 591
1709 2019. 7. 4.나무날. 맑음, 날씨 좀 보라지! / 제도학교의 물꼬 나들이 옥영경 2019-08-14 598
1708 2019. 7. 5.쇠날. 맑음 / 올 여름 첫 미리내 옥영경 2019-08-16 544
1707 2019. 7. 6.흙날. 가끔 해를 가리는 먹구름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나무심는사람, 2003) 옥영경 2019-08-16 554
1706 2019. 7. 7.해날. 가끔 구름 덮이는 / 우리 생의 환희이면서 동시에 생인손, 아이들 옥영경 2019-08-17 557
1705 2019. 7. 8.달날. 맑음 / 올해 두 번째로 나올 책의 원고 교정 중 옥영경 2019-08-17 551
1704 2019. 7. 9.불날. 조금 흐리게 시작한 아침 옥영경 2019-08-17 495
1703 2019. 7.10.물날. 비, 여러 날 변죽만 울리더니 옥영경 2019-08-17 506
1702 2019. 7.11~14.나무날~해날. 비 내리거나 흐리거나 맑거나 / 삿포로를 다녀오다 옥영경 2019-08-17 545
1701 2019. 7.15.달날. 억수비 한 시간 다녀간 옥영경 2019-08-17 534
1700 2019. 7.16.불날. 반짝 해 옥영경 2019-08-17 522
1699 2019. 7.17.물날. 흐림 / 뭐, 또 벌에 쏘이다 옥영경 2019-08-17 530
1698 2019. 7.18.나무날. 도둑비 다녀가고 흐림 옥영경 2019-08-17 569
1697 2019. 7.19.쇠날. 밤, 태풍 지나는 옥영경 2019-08-17 565
1696 2019 여름 청계 여는 날, 2019. 7.20. 흙날. 비 옥영경 2019-08-17 556
1695 2019 여름 청계 닫는 날, 2019. 7.21.해날. 비 옥영경 2019-08-17 5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