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상수도 물탱크 청소하는 날.

이른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물탱크로 모였더란다.

학교 아저씨가 다녀오시다.

오늘은 작업이 크고 많았단다,

굴착기까지 와서 상수원지 쪽을 팠다고.

점심도 마을 경로당에서 먹었다지.

농사로 저마다 바쁜 철이라 길에서 만나는 일도 드문데

그리들 얼굴 보는 마을 사람들이었더라.


곧 낼 자녀교육서 교정 3일차.

간밤도 3시가 넘었더랬다.

주루룩 잘 풀리다가도 걸림돌에서 헤매고

그 고비 넘기면 또 한참 대로이고,

그러다 또 어딘가 엉키면 팽개치기도 하고.

오후엔 빈백에 좀 널부러지기도 하였네.

남도에 있는 사랑하는 벗에게 투정어린 문자를 보내며,

또 가까이 사는 벗의 응원 문자를 읽으며,

다시 힘을 내고 원고 앞에 앉고.

창고동에 난로를 지펴 저녁을 보내기도 하였다.

허드렛 나무들을 치우는 일이기도 했고,

사람 드나든 지 오래여 묵은내 나기도 하여.

원고 앞을 떠나 먼 거리에서 문장을 곱씹어 보는 시간이기도.


늦은 밤 젊은 친구 하나의 상담이 있었다.

어려움이 끼어들 때 그렇게 나누는 이야기는

결국 내 삶을 돌아보는 일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어려울 때 나는 몸을 써.

 길이 까마득할 때, 불안할 때도 걱정만하고 있으면 무기력해지지만

 뭔가 집중하며 힘이 생긴다.”

움직여보라 권하다.

“나도 가끔 타인과의 비교로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얼른 정신을 차리지.

 그가 잘 됐다고 내가 안 된 게 아니야.

 우리는 각자(누구나) 뜨거운 생을 살아가.

 생의 최대 수혜는 바로 그것 아니겠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247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526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349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302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303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257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295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246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266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267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66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66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266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59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245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248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265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257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253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25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