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섶에서 시작하는 아침이더니

온통 벌레물린 자국들에 손가락도 통통해졌다.

그런 긴 날이겠다, 이 여름도, 풀을 매고 매고 또 맬 것이니.


어제의 비바람에 편백은 괜찮은가,

지줏대를 손보고 가지들을 다시 묶었다.

사이집 서쪽 경사지 머리 쪽으로 꺾꽂이 했던 개나리들 사이,

풀을 매고 언덕 아래로 사람 드나들기 좋게 길도 만들어주었다.

594 터를 마저 다듬었지.

돌멩이가 풀처럼 오른다, 사이집 마당이 그렇듯.

풀처럼 어느새 자라나 있는 돌멩이를 주워낸다.

딱 오뉴월 무서운 하루 볕에 크는 풀들 같은 그들이다.

저녁답엔 팬 자리에 들꽃 씨를 뿌렸네.

풀은 풀대로 자랄 것이나 꽃 또한 그 속에서 힘차게 고개 내밀 것이라.

오전에 들일, 오후에는 책상, 그리 움직이리라 하지만

오후에도 아침뜨樂 들머리 계단에 풀부터 매었더라네.


저녁 밥상을 물린 가마솥방에서 상담.

옥천에서 온 아버지 둘을 맞네.

들고 온 아이 문제를 쏟는데,

아이 문제는 결국 어른의 문제,

우리 삶을 살피는 일이 된다.

첫걸음 한 한 아버지가 일어서며 그랬다.

“행복해 보이십니다!”

누구 보라고 사는 삶이겠는가,

하지만 그렇구나, 물꼬에 사는 일이 그렇구나 하였네.

자정이 가까워들 자리 접으셨다.


꼭 20년 전 연극터 수업을 하고 계자를 다녀갔던 자매의 안부를 물었고,

오늘 답이 왔네.

오래 마음에 머물고 있던 이(엄마)었고, 잊히지 않으니 또 그리 닿았다.

인연도 시절이라,

우리 삶에 한동안 머무는 어떤 게 될지, 또 그리 지나치게 될지.

그리운 사람은 보고, 안보고 싶은 사람은 좀 안 보고,

지나칠 사람은 그냥 지나치게 두고,

우리쯤의 나이는 그렇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574 2019. 7.25.나무날. 밤새 비 다녀가고 아침 멎다 옥영경 2019-08-22 595
1573 2019. 7.11~14.나무날~해날. 비 내리거나 흐리거나 맑거나 / 삿포로를 다녀오다 옥영경 2019-08-17 595
1572 2019. 8.16.쇠날. 흐림 / 그대에게 옥영경 2019-09-19 594
1571 2023. 8.24.나무날. 몇 차례의 소나기 / 대둔산(878m)-동학최후항전지가 거기 있었다 옥영경 2023-08-28 593
1570 2022.12. 3.흙날. 흐리다 빗방울 둘 옥영경 2022-12-27 593
1569 9월 빈들 여는 날, 2019. 9.28.흙날. 잠깐 빗방울 댓 옥영경 2019-10-31 593
1568 2022. 2. 1.불날 ~ 2. 2.물날. 눈 날리고 이튿날 흐렸던 옥영경 2022-02-24 592
1567 9월 빈들 닫는 날, 2019. 9.29.해날. 맑은 날 옥영경 2019-10-31 592
1566 2019. 6. 5.물날. 맑음 옥영경 2019-08-03 592
1565 2019. 5.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9-07-24 592
1564 2019. 9.10.불날. 해, 더운 속에 가끔 선선한 바람 옥영경 2019-10-26 591
1563 171계자 여는 날, 2023. 1. 8.해날. 화창한 겨울 하루 옥영경 2023-01-10 590
1562 2019. 9.23.달날. 갬 옥영경 2019-10-31 590
1561 2019. 9.18.물날. 맑음 / NVC 옥영경 2019-10-30 590
1560 2019. 8.12.달날. 흐릿 / 생도 갖가지, 쉼도 갖가지, 그리고 하나 더! 옥영경 2019-09-17 590
1559 2019. 6.15.흙날. 저녁 7시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19-08-06 590
1558 2019. 6.14.쇠날. 낮은 하늘, 달무리 졌다 갠 밤 옥영경 2019-08-06 590
1557 2019. 5.29.물날. 맑음 옥영경 2019-08-01 590
1556 170계자 나흗날, 2022. 8.10.물날. 비 옥영경 2022-08-17 589
1555 2021. 8.25.물날. 비 / 아프가니스탄의 8월 옥영경 2021-09-14 5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