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29.물날. 맑음

조회 수 600 추천 수 0 2019.08.01 12:43:12


돌멩이가 올라온다.

달골 사이집 마당에는 돌멩이도 풀처럼 자란다니까.

작은 돌을 치우느라고 줍고 있다가,

작은 돌인 양 앉아서 호미를 대고,

호미로만 될 줄 알았는데 괭이를 들고 와야 하고,

그러면 이따 만큼 바위만 해진 돌을 만나고,

그 자리를 파내면 낮아진 땅을 골라야 하고,

일은 어느새 그렇게 늘어나고 있었다.

두어 시간 하고 다른 일을 해야지 하던 일은

거기에 이르지 못하고 여전히 사이집 마당에서 한 발을 못 빼는.


흙집 욕실 벽의 깨진 타일이 해를 건너 온전해졌다.

지난해 모진 겨울을 건너며 터진 수도를 이웃마을 기사가 고쳐주었으나

수도꼭지만 바꾸었을 뿐 나머지는 우리 일이었다.

흙벽도 채워야 하고 그 위로 타일도 붙여야 하는.

언제 하나, 연어의 날 전에는 마무리해야지,

가늠하고 있는 사이 하얀샘이 건너와 손을 보탰다.

일 하나를 그렇게 덜어주었다.


느티나무는 물을 많이 먹는다.

미궁 한가운데 느티나무 모시고 못해도 하루 걸러는 물을 챙긴다.

밥못에서 아래로 빼놓은 물관이 있었다. 장순샘이 했던 일이다.

이렇게 또 빛을 본다. 역시 전체를 보는 농사꾼다운 그였다.

한동안 부지런히 줄 물이다,

사이집의 홍단풍 둘도 그러하겠지만.

내 밥만 챙기지 말고 저것들 먹을 것도 살피리라, 그런 저녁이다.


6월에 낼 책의 교정지가 택배로 왔다.

가슴이 떨렸다.

온라인으로 교정이 오고 갈 때는 느끼지 못한 감동이 있었다.

이것 수정이 끝나면 엮여 책이 될 것이었다.

마침 오늘 시와 에세이를 내는 편집주간이

산문은 역시 옥영경이지, 하며 산문을 부지런히 쓰라는 격려가 있었다.

고무되었던 참에

임진택 선생님이 창작판소리 사설팀을 발족시키며

소설가 이시백 선생이랑 연락하여 합류하라 권하셨네.

글쓰기가 가까울 올해이겠다.


재작년 제도학교 지원으로 나갔던 예술명상수업을

내년 한 해 또 해달라는 인근 중학교의 요청이 있었다.

그 마지막 수업은 물꼬에서 1박2일 보내면 어떠냐는 제안까지.

물꼬에서 하는 명상수업이 밀도가 더 높다마다.

뭔가 맘껏 외치는 환호성 같은 느낌,

혹은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 있는지라.

하자 하였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오고 서서히 움직임이 촘촘히 짜여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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