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해날. 맑음

조회 수 579 추천 수 0 2019.08.02 10:28:59


풀들의 나라에서 내 귀는 너무 작았던가 보다.

벌레들이 나와 내 왼쪽 귀를 키워놓았다.

미관이야 나쁠 게 무에 있으랴, 다만 좀 가렵다, 아니 많이 가렵다.


세상에! 약속이 있긴 했는데, 뭐였더라,

잠자리를 나와 의자에 기대 잠시 또 엎드렸는데,

바삐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니 아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도 무슨 일로 저들이 왔는가 생각을 못하는.

창고동 외벽 페인트를 위해 사람 하나 보낸다는 준한샘의 말이 그제야 생각킨다.

지난해 사이집 내벽 페인트를 하셨던 준배샘과 익선샘이다.

견적을 낸다. 큰 돈이다.

준한샘은, 내일도 또 다른 팀을 보내보겠다셨는데...

칠도 벗겨지고 녹이 슬어가고 있던 벽이었다.

2004년 가을에 지었던 건물이다.

더 망가지기 전에 칠해야한다 강력하게 주장한 류옥하다였다.

지난겨울 알바를 해서 물꼬 살림도 보태준 그니라.

올해는 칠할 수 있어야는데.

우리 손으로 할 생각을 안 했을 리 없지.

하지만 그렇게 높은 데를 어쩌랴.

연어의 날도 있고, 이맘 때 한 주도 넘을 날들을 또 어찌 빼지,

물꼬 식구들은 또 어찌 조직해야 하나,

혼자 혹은 한둘이 할 일이면 그나마 엄두를 내겠으나...

봄학기를 넘기지 않겠다, 그 선만 정해놓는다.


사람들을 보내고서야 수행하고 학교로 내려온다.

연일 풀을 뽑고 밭을 매고 돌멩이를 옮기고,

짬짬이 출간할 책 교정을 보고,

상담을 하고,

그리고 도라지 씨를 뿌리다 올라간 서울 길이었더랬네.

고단키도 고단했던 갑다.


낮밥상을 물리고 목을 고쳐 꿰매던 장화를 잡는다.

천을 감싸 다른 한 쪽을 마저 꿰매니 낮 4시.

목공실에다 ‘사이집’ 서각 준비도 해두고,

달골에 어제 부려놓은 꽃들을 심으러 간다.

햇발동 창고동 마당에 마구 자란 나무도 좀 잘라내고,

관상용 취나물과 옥잠화를 그 아래 심는다.

아침뜨樂에 들어 달못 수로 주변에 풀을 매고 꽃을 놓는다.

그 사이 나무에 물을 줄 저녁답이 되었네.

못다 주고 학교로 내려와 저녁밥상을 차리고,

물꼬의 대전 식구들 반찬을 싸고,

밤 10시 달골에서 다시 사이집 편백에 물을 준다.


연어의 날 준비를 위한 연락들이 이어진다.

재작년 사회를 봤던 저온샘이 마침 그 날 여러 일정 겹쳐 참석조차 어렵겠지 하는데,

이번엔 아리샘이 다시 사회를 맡나...

광조샘이며 두엇의 선배들이(울주산악영화제 주최측) 영화를 들고들 오시기로 한다.

풍성한 연어의 날이겠다.

모다 두 해만이라. 얼싸안겠네. 그야말로 연어의 날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413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373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372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25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368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322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32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35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34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32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316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20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12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319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47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34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35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24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308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3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