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야말로 세상과 교통하는 날이었네.

전화도 문자도 먼 이곳 아니던가.

메일이며도 밤에 몰아서 답하거나, 여러 날이 걸리거나.

물꼬의 답은 문자조차 우표 붙여 편지 보내는 수준이라고들 한다.

이제야 연어의 날에 모실 어른들께 말을 넣다.

해마다 6월에 함께한 시인 이생진 선생님, “밥 먹으러 가야지요.” 하셨다.

번번이 시낭송 행사로 오셨다.

이번에는 여유 있게 거닐고 시를 쓰시겠다.

매번 모였던 선배들께도 연락했다.


오후에는 햇발동 앞에 백일홍을 심었다.

인근 도시의 농원에서 후원한 꽃들 가운데 일부이다.

거기 있으면 거기 일을 하는 이곳이라.

마침 햇발동 앞이라고 꽃 심은 뒤 베란다 창틀을 청소한다.

거실 2층도 가서.

연어의 날 앞두고 한번 해야지 하던 일이었다.

다시 손대기 쉽지 않을 것이고, 놓치기도 쉬울 테지.

걸레 잡은 결에 빡빡 문지른다.


광나무도 심었다! 아침뜨樂의 아가미길 가운데였다.

들꽃 씨를 뿌릴까 했던 자리였다.

그걸 사이에 두고 걸어 들어가고 걸어 나올.

그런데,

인근 도시에서 거리조경을 하며 기존에 있던 사철나무(광나무)를 패 낸다는 소식이 왔다.

마침 그 일을 준한샘네가 맡았네.

물꼬가 찜했다.

낮 3:30 트럭에 한가득 실려 왔다.

아침뜨樂 측백 사이 울타리로 다 심어도 되겠다만

심는 일도 심는 일이고

옮겨오느라 몸살 난 이들이 자리 잡기도 쉽잖으리.

실한 것들을 고르고, 다듬고, 구멍을 파고, 심고, 꾹꾹 노르고.

하얀샘도 건너와 거들었다.

같은 하는 일이 즐거웠다.

골짜기에 웃음이 흩어졌다,

딱히 농을 잘하는 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꺼이 낸 마음들이 만들어낸 유쾌한 풍경이었네.

“내내 물꼬에 와서 일하고 싶어요.”

다들 그러셨네.

하기야 이윤을 남겨야 하는 일도 아니고,

마음을 내서 하는 일이란 게 다른 일인들 그렇지 않겠는지.

좋을 밖에.


준한샘이 허드렛나무를 실어 내려와 산 한 쪽으로 부려주고 나갔다.

끝이 매운 사람이었다. 그렇게 또 배웠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물꼬에서 날마다 익히는 일일지라.

사이집 둘레 나무들 물까지 주고 나니 어둑해졌다.

별을 지고 마을로 내려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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