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내린다. 밤새 내린다.

저녁 6시 무렵 내리기 시작했다.

꽃모종을 심었던 달골이다.

비님은 그렇게 또 넉넉히 다녀가신다.

어찌 하늘을 경외하지 않을까나.


새벽, 달골 햇발동 앞으로 갔다.

항아리 연지가 거기 있다.

거기 이 맘 때면 물상추나 부레옥잠을 넣었다.

어제 들여온 것들을 학교 연못에 놓고 몇을 챙겼다.

비웠던 겨울 바닥에 금이 갔지만 꼴은 갖추고 있는 연지이다.

비닐을 깔고 물을 채워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더 일찍 깬 잠이었다.

연지에 참하게 앉았는 것들, 예쁘다. 기쁘다.


현충일, 빨간 날인 줄도 모르는.

어제 다음이 오늘, 오늘 다음이 내일.

인근 농원에서 규홍샘 나눠주셨던 꽃모종들,

달못 둘레 어제 심은 한련화는 다시 자리를 잡아주었다.

때로 애써서 한 것도 아니다 싶으면 자꾸 아쉬워 말고 바로 바꾸기.

자꾸 마음에 혹은 눈에 걸리는 것보다는 나은. 아암!

달못 아래 숫잔대와 돌나물이 뒤집혀있는 걸 보았다.

지난번 아고라에 심은 바위취처럼.

멧돼지의 짓이다.

그 아래 지렁이와 벌레들 때문에.

다시 심었다.

바늘꽃 하양과 빨강도 마저 심고,

러시안 세이지도 옴자 눈썹 자리에 또 한 판을 심고,

수크령, 가을이면 갈대처럼 화려하게 휘날릴 가을을 그리며

옴자에서 아고라와 꽃그늘길로 갈라지는 앉은석 둘레에 심었다.

날은 우중충한데 땀이 비오듯했더랬다.

그런 속에도 러시안세이지 향은 어찌나 상큼하던지.


6월에 낼 책의 출판사에서 저자 소개 보도자료용과 책 날개용 메일이 왔다.

주었던 원고였고, 그것이 적절하게 잘 나뉘어져 있었다.

“진행하셔도 되겠습니다.”

드디어 내 몫을 다 끝냈다.

출판사 측에서 22일 연어의 날에 맞춰 출간이 가능하겠다 한다.

200권이 물꼬부터 도착할 예정이다.

그예 책이 되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477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419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428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83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427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378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91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97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87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84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371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86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61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369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91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74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88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72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389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37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