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았네, 가끔 구름.

밖에서는 밑돌샘들이 연어의 날을 준비하고

안에서도 식구 셋이 준비한다.

아침 수행을 하고 달골 건물들 청소를 하고

낮밥을 위해 칼국수용 반죽을 해 놓은 뒤

오늘도 아침뜨樂에 있었다.

작년에 예취기에 상한 물 호스 끝 밸브와

어제 돌리던 예취기를 피하지 못한 중간 물 호스 밸브,

부품 사와서 갈다.

아가미길 광나무에 꼬챙이로 뿌리 쪽으로 구멍을 내며

물 호스를 집어넣어 물을 흠뻑 적셔주었다.

가물 때를 대비해 저쪽 골짝에서 물을 끌어와 밥못으로 잇고자 했으나

수량이 넉넉지도 않고 거리도 너무 길다.

가물 때를 대비해 달골 기숙사에서 쓰고 있는 물을 끌어오는 것을 가늠해보고 있다.


돌이 많다. 돌담을 쌓다. 광나무 줄에 이어 놓는 의자인 셈이다.

앉음용으로 네모로.

어디나 돌이 많은 아침뜨樂이나

오늘은 아가미길에 광나무를 심으며 나온 돌들이 중심이다.

일찍이 지리산 삼성궁에서 한풀과 돌을 쌓았던 영욱샘은

돌탑을 어찌 쌓느냐는 내 질문에 지극하게 쌓으라했다.

그 말을 기대고 쌓아왔던 돌담이었는데,

이번에는 오랫동안 조경 일을 해온 준한샘한테 물었다.

몇 가지 안내 가운데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다.

하나 하나가 흔들리지 않게 고임돌을 잘 받쳐줄 것.

이전에 돌담이나 돌탑을 쌓을 땐 각 돌들이 서로 기대게 하면 된다 생각했다.

흔들리더라도 곁에서 다른 돌이 잡아주면 된다는.

그런데 먼저 홀로 잘 서야 한다!

아, 그렇겠구나. 저부터 서야 한다. 저를 세워야 타인도 기대어 올 수 있나니.

이 역시 균형이겠네. 내가 서면서 동시에 기대는.


손을 거들러 온 이가 체했다.

고된 노동에 갑자기 뚝 떨어진 이곳의 기운에 탈이 난 게다.

차에서 쉬고 떠날 참인데, 1시간이라도 기숙사에서 눈을 좀 붙이고 가라 했다.

따주었다. 쉬고, 가뿐하게 떠났다.


틈틈이 연어의 날로 품앗이샘들과 연락.

정환샘이 하루 일찍이라도 와서 잠시 손 거들고 간다지.

게다 여름 계자 밥바라지를 하겠다 한다.

멀리 해남의 한 중학교의 새내기 교사.

그라면야 최상의 밥바라지!

품성이며 맘 씀이며, 거기다 요리까지 엄청 잘한다.

그의 밥을 먹을 수 있다면야!

아이 셋의 소울이네가 그만 일정이 잡혀버렸다네.

소울네는 물꼬 6월의 상징 같은 존재.

몸은 오지 못하나 물꼬에 필요한 것으로 걸음한다지.

연어의 날은 뭐니 뭐니 해도 물꼬 식구들이 얼굴을 본다는 것.

그립다, 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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