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안개에 잠긴 마을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해건지기를 끝내자마자 창고동으로 건너갔다.

오늘내일 이틀 동안 창고동 외벽 페인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일하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잘 쓸 수 있도록

사람이 비운 곳을 점거하고 있을 벌레며 먼지들을 털어냈다.

그곳에 가면 마침 그곳에 간 김에 또 그곳의 일을 하지.

창고동 아래위를 그리 한 청소였네.


높은 곳을 칠하기 위해 고소차가 들어왔다.

옳다구나!

해마다 한 차례 지붕을 청소하는 창고동,

밖에서 보기엔 네모반듯하지만 그 안으로 맞배로 강철판 지붕이 숨어있다.

둘레의 옥상 지붕면과 안의 맞배지붕이 만나는 사이로

낙엽송 낙엽이며 참나무 잎들 날아들고

제 때 치지 않으면 쌓여 빗물받이를 막아

창고동 안으로 빗물이 역류할 수 있었다.

그런 날이 있어서 알게 된.

작년에 한국에 없어 관리하지 못했던 공간인지라

장마 전에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맘부터 단단히 먹고 여러 시간에 걸쳐 될 일을,

학교에서 사다리를 챙기고 아슬아슬 올라야 할 것을,

고소차 타고 얼씨구나 수월하게 하였네.


그러니 또 보이는 게 있었더라.

맞배지붕에도 녹슨 자국이 많았다.

전체 외벽만 하기로 한 규모였는데,

얼룩덜룩 해도 좋으니 그것들에도 칠을 부탁하다.

녹은 금세 번져갈 것이라.

하는 결에 해주시면 좋겠다 두어 가지를 더 입에 올리니

페인트 팀이 흔쾌하게 가져다 놓으란다.

화분받이 양철통이며 달골 안내판이며,

내려오며 아래 학교의 그네까지 칠해 주십사.

아주 날 잡아 종일 칠할 그네인데

전문가들에겐 일도 아닐.

일 하나 그리 덜었네.


달골 밭에 도라씨 씨를 마저 뿌리다.

줄뿌림 하던 것을 마지막엔 흩뿌림으로.

아침뜨樂에서는 직사각형 벽돌 대신 정사각 돌이 깔리고 있다.

돈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사정 따라 가는.

마침 정사각형 돌들이 생겼다.

재활용은 재활용대로 흘러들어왔고

모자란 곳엔 새 것이 깔린다.

준한샘이 힘을 보탰네.

하얀샘은 오후면 날마다 물꼬로 출근한다.

보태는 손 여럿일 때 아가미길에 아직 못다 심었던 광나무도 마저 심었더라.


이웃 절집에서 갈아엎는 해바라기를 좀 얻어오고

함께 물꼬로 들어온 스님과 저녁을 먹다.

야채죽을 끓여놓으니 두루 좋아들 한다.

각자가 진행하는 명상에 대한 정보도 나누었네.


일마다 순조로워서 사는 일이 더 좋은 그런 날 있지 않던가.

그런 하루였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94 39 계자 사흘째 1월 28일 옥영경 2004-01-30 1777
6593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38
6592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2053
6591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2019
6590 물꼬 홈페이지를 위해 오셨던 분들 옥영경 2004-02-02 1590
6589 39 계자 이레째 2월 1일 옥영경 2004-02-02 1787
6588 39 계자 여드레째 2월 2일 옥영경 2004-02-03 1810
6587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38
6586 39 계자 열흘째 2월 4일 옥영경 2004-02-05 1890
6585 계자 39 열 하루째 2월 5일 옥영경 2004-02-07 1812
6584 계자 39 열 이틀째 2월 6일 옥영경 2004-02-07 1758
6583 39 계자 열 사흘째 2월 7일 옥영경 2004-02-08 1755
6582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42
6581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2089
6580 39 계자 마지막 날 2월 9일 옥영경 2004-02-12 1696
6579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134
6578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57
6577 가족 들살이 하다 옥영경 2004-02-20 1840
6576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91
6575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20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