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답에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방울이더니

야삼경 넘어가는 지금 봄비처럼 내리고 있습니다.


겉돌기만 하던 아이도 비로소 전체 속으로 들어오고,

오래 물꼬를 왔던 아이들 마냥 너무나 익숙하게들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지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디서 이런 젊은이들은 또 왔더란 말입니까.

샘들의 헌신이 주는 감동도 퍽 크답니다.

아이들은 아예 엄마, 아빠라 부르며 쫄쫄거리고들 다닙니다.

샘들이 먼저 몸으로 보여주고,

형님들이 그걸 보고 배우며,

아이들이 다시 그것을 따라합니다.

어른이 먼저 평화로우니 아이들도 그리 닮아갑니다.


아침에는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비올라를 전공하는 샘의 연주를 듣는 호사도 누리고,

저녁에는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를 듣는

밥상머리 공연도 울림이 큽니다.


이 안에 있는 어른들만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닙니다.

마을 할머니가 큰 호박 두 덩이를 들고 오셨고,

이웃마을 샘 하나가 옥수수를 한 가마니 부려주고,

인근 도시의 한 샘은 마침 똑 떨어진 묵은지를 한 통 들여 주고

(또 다른 도시에서 묵은지가 또 한 통 오고, 거봉도 더해지고),

계자에 참여한 아이의 부모님이 쌀을 택배로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들어온 샘들이 이미 복숭아 두 상자를 들고 온 데다

마을에서 수밀도가 여러 상자 와서 원 없이 복숭아를 먹고도 있지요.

한 샘이 출장을 다녀오며 애쓰는 샘들을 위해 피로회복제를 들고 오기도 했군요.


날씨는 또 얼마나 절묘한지요.

물꼬의 기적이라 부르는 그 날씨 말입니다.

우리소리 우리가락을 익히느라 들어간 고래방은

서향이라 낮 2시에 모이면 몹시 더울 것을

딱 그 시간 흐려진 하늘이었더라지요.

계곡으로 갈 때는 뜨거운 햇볕이더니

운동장에서 낮에 하는 대동놀이를 할 적엔

허리를 낮춘 하늘이지 않았겠는지요.


엊저녁은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한데모임을 하였습니다.

목청껏 노래들을 부르고 함께 지낸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을 꺼내고

서로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나 의논도 하였지요.

밤이면 고래방에서 건물이 날아갈 만치 뛰며 

토끼도 잡고, 여우도 잡고,

기차가 되어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이리 잘 노는 아이들인데, 이토록 즐거움이 넘치는 아이들인데,

무슨 걱정이 여기 있을 수 있겠는지.


손풀기에서는 그림명상처럼 소묘를 하고,

열린교실에서는 만들고 꿰매고 뚝딱거리고 오리고 그리고 까고,

보글보글에서는 밀가루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고,

일정과 일정 사이 무수한 놀이들이 만들어집니다.

그게 놀이지요.

놀이조차 가르치는 이 시대에

이곳에서 아이들은 개발자가 되어 있다지요.

아이들이 원래 그런 존재 아니던지요.


이곳의 저희가 아니라 거기 계신 부모님들이 외려 걱정입니다.

부디 이곳을 잊고 자신을 위해 잘 쓰고 계신 시간이길.


- 자유학교 물꼬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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