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날; Homecoming Day.

비를 많이들 걱정했더란다.

대해리는 물기 없이 온전했다.

늘 물꼬 날씨의 기적이라 부르는.

하기야 비가 오면 그대로 또 좋았을 것이다.

그 속에서 최상을 만들었을 것이므로.


중간고사가 이러저러 걸린 중고생들 대학생들.

젊은 피가 많지 않은 이번 연어의 날이겠고나.

"형은 시험 때문에 못 왔는데, 동생은..."

“포기하고 왔어요.”

초등 일곱 살이던 건호가 자라 8학년생이 되어 그렇게 왔다.

지난 2월 어른의학교도 다녀간 그이다.

낮 버스로 샘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상찬샘과 주훈샘의 차도 들어왔네.


이날을 위해 미리 해주는 준비들은 얼마나 많았나.

서현샘이 현수막과 안내지를 맡고,

유설샘네가 못 온다고 마른안주거리들을, 영호샘이 곡주를 들여주고.

근수샘이 쌀을 보내고.

오는 이들이 맡은 건 또 좀 많았나.

세아샘과 무범샘도 쌀을 들고 왔네.

현우샘이 쥬스 상자를,

원규샘이 양상추며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며 샐러드용 채소를,

재훈샘은 화장지를(아, 이생진 선생님도 해마다 화장지를 양손에 들고 나타나신다),

상찬샘과 주훈샘이 소주와 수박과 식빵을 세트로 챙겨오고,

여진샘과 휘령샘이 식빵을, 점주샘이 부엌 기본 채소와 양념을...

당일 더해진 먹을거리도 많았네.

진업샘의 부산어묵, 유미샘이 앵두와 앵두쨈,

예솔샘이 커피를, 희중샘이 맥주와 수박 수박 수박을,

주욱샘이 포도를, 무량네가 빵을, 일혜샘이수박을, 연정샘이 막걸리를,

정희샘이 스프레이 모기약을...


소금꽃: 일 수행(판 준비)

모두 잔치 준비를 한다.

재연샘의 그림 열 점이 나와 이젤에 올려졌다.

주제별로 두 점씩 묶인 이야기가 담겼다.

손주를 키우며 그림을 시작하신 샘의 10여 년이 거기 담겼다.

여자샘들이 본관과 고래방 청소에, 매트를 털고 옮기고,

하얀샘이 덥수룩한 수염 정리하듯 나무들을 정리해주고

마지막으로 교문 앞을 쓸어주시다, 기계로 후후 불어주시다.

남자샘들 몰려가 계곡의 물꼬 수영장으로 길을 내려는데,

물이 바닥에 붙었다. 가물었던 요즘이다.

결국 돌아오고 말았더라.

그거 아니어도 우리는 즐거울 일 많을 것이라.


차꽃: 찻자리

다례원 미희샘과 상숙샘이 오미자차와 연꽃차를 내시다.

찻자리가 곱기도 고와라.

떡이며 땅콩볶음이며 골고루도 준비한 다식이라.

물꼬의 논두렁 분들이기도 한.

일하는 사이 사람들은 좇아가 차를 마셨다.

“아이구, 반가워라.”

점주샘과 선정샘은 꼼짝 못하고,

끝없을 것 같은, 호박을 썰던 윤실샘도 부엌 대표로 나와 차를 마셨네.

먼저 오신 분들이 팔을 걷고 움직이니 나중 분들 역시 그러고 있다.

손님과 주인이 따로 없는 물꼬이다.

교문 안 소나무 앞에는 서현샘과 아리샘, 휘령샘이 맞이자리에 앉고,

차양막 아래 찻자리 곁으로는 저자 사인 책상을 놓고

휘향샘이 인쇄소에서 바로 날아온 책을 쌓아놓았다;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옥영경/한울림)

27일 발간인 책인데,

출판사에서 이 날을 위해 마구 달려 우선 이 행사에 맞춰주다.

드디어 저자 사인을 하였네. (아, 어제 첫 세 사람에게 사인을 했기도)

이번 연어의 날은 물꼬에서의 출판기념회를 더한 셈.

멀리 부산에서 유주와 함께 출판기념회 축하 꽃다발을 안고 현우샘이 오다.

국립대 사범대 주욱샘이 주변에 돌린다고 20권을 드신 이래

물꼬 샘들이며 오신 분들이 하나둘 책을 집기 시작하고.

그렇게 100여 권을 소화했더라지.


이팝꽃: 때건지기(저녁밥상)

그때 밥상이 준비되었다는 종이 울리다.

재작년 연어의 날 첫해는 부엌을 기웃거리기라도 했는 걸

올해는 아주 턱 맡겨놓고 밖에서 사람을 맞았다.

마을에서 몇 어르신들도 건너와 주어 좋았더라.


하늘말나리: 마주보기.

고래방에서 아리샘의 사회로 모인 이들이 각자 살아온 삶을 나누었네.

온 사람들이 덩어리 덩어리로.

마지막으로 이생진 선생님도 물꼬의 시간을 치하하시다.


배롱꽃: 마당에서 영화보기

학교 가는 길 (The Lonely Road) 다큐멘터리 / 이란, 36분

감독 모함마드레자 하페지Mohammadreza HAFEZI

(착오가 있었네. 하나 마흐발바프 감독의 <학교가는 길>과 혼동이 있었음)

‘이란의 산악 지역, 후제스탄과 로레스탄 지역 사이에 작은 유목민 마을이 있다.

외부와 단절된 이곳의 교사인 아지즈 모하마디.

유목민 아이들의 순수함과 진정성에 끌려 16년째 그들을 위한 교사로 살고 있다.

가난하고 고립된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예수와도 같은 한 인간을 담은 기록.

담담한 톤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의미심장한 다큐멘터리다. (김형석)’

감독은 이란의 호라마바드 생.

이란 테헤란의 전문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지.


수양버들: 춤명상/장작놀이

가운데 불을 곱게도 피우고 춤명상을 하러 모였다.

그런데, 이런! 음악이 원활하지 않네.

그래도 음향을 맡은 초설, 어떻게든 해보려는데...

손잡고 있던 우리는 기다리지만 않았다.

“강강술래~”

소리를 주고 소리를 받고 불가를 돌았다.

그렇게 끝나려나 했더니, 그제야 나온 노래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춤명상을 했다지. 전세계적으로 춤명상에 널리 쓰이는 곡이었다.

지구 반대편 어디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그리 흔들거리고 있을 법도.


불꽃: 夜단법석

뒷풀이였다.

아이가 있는 가정들은 달골 기숙사로 가

거기는 거기대로 거실에서 곡주를 기울이고,

가마솥방을 중심으로 밖의 평상에서도

곳곳에서 대해리 별을 나누다.

물꼬 샘들이 오랜만에 합창 혹은 중창 또는 아카펠라를 목청껏 부르기도.

“저거 못해서 옥샘 병이 나셨던 거네!”

작년 바르셀로나에서 많이 앓았던 내게 선정샘이 던진 말.

그랬나 보다.

물꼬 오니, 와서 이러고 있으니 그리 고통스럽던 어깨통증이 사라졌나니.

본관 뒤란에서는 학교아저씨가 불을 때고 있었다.

그래도 밤에는 쌀쌀한 산마을이라.

방이 후끈했다.


그나저나 약속이나 했던 건가, 글쎄,

재작년 연어의 날, 그러니까 첫 연어의 날에 여든여덟이 모였다.

그런데, 참석자 명단 이름자를 세어가니 꼭 여든여덟.

아흔아홉을 정원으로 두었더랬는데, 당일 못 오게 된 이들이 여럿,

모이고 보니 그리 된.

마을에서 상언 효자 복렬 화숙 시정 유리 준 진모 진모2,

이웃에서 법화 영식, 영동에서 수업 정희 강희, 황간에서 정환, 옥천에서 영호,

상촌에서 건진 장순 서희 연정 도영, 매곡에서 유미, 추풍령에서 산 일혜 민서,

충주에서 휘향, 보은에서 달한 도율, 천안에서 성한 옥순,

서울에서 생진 승엽 상찬 아리 휘령 재훈 광조 세인 세빈 건호,

경기에서 강근 선정 세현 윤실 영진 현준 윤진,

군산에서 여진 예솔, 익산에서 희중, 장성에서 세아 화중 선우 선준,

음성에서 무범, 마산에서 일근, 병출, 진업, 은정, 소율,

대전에서 인숙 성선 기락 주욱 원규 주훈 무량 채성

역시 대전에서 지현 준오 수원 수아 지혜 제임스 브라이언 영희 철웅 채은,

김천에서 상숙 미희 준한,

거제도에서 초설, 진영에서 점주, 부산에서 현우 유주, ...


잔잔한,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나저나 늦게 와서 겨우 얼굴만 본 달한샘과 도율은 언제 가버렸나...


아, 점주샘에 대해 말해야겠다.

아침, 간밤에 먼저 들어온 이들이 달골을 내려와 아침 밥상에 모였을 적

점주샘이 아침을 거르겠다며, 두어 가지 할 일이 있다 했다.

무슨 일일까 하고 잰 걸음으로 다니느라 잊었다가

잠시 달골에 뭔가 가지러 올라가서야 알았네.

햇발동 2층 올라가는 계단 창 아래의 턱에 찢어진 벽지가 있었다.

그예 그가 새로 발랐다.

아직 널려있던 마지막 이불을 방으로 넣은 것도 그였다.

누가 그리 챙길 수 있을 것인가.

깊이, 깊이 고맙고, 놀랍다.

물꼬 일꾼들이 거개 그에 미치나니.

물꼬는 자랑스런 그들로 오늘을 또 사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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