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을 걷었다. 잔치는 끝났다.
사람들 간 자리 정리하고
부엌에 나와 있던 그릇들을 창고에 넣고
치워져 있던 교실 물건들도 제자리로 보낸다.
다음은 쓰레기를 치우는 일.
사람은 가고 쓰레기는 남으니까.
또 한 친구를 곧 장가보낸다.
보육원 아이들도 자라고 혼인을 한다.
그 아이들이 다시 보육원을 가는 일은 드물어도
물꼬에는 여전히 걸음을 한다.
엄마로 부모 자리에 앉거나
어른으로 주례를 서 달라 부탁해 왔다.
그 아이 다섯 살에 만났다.
위로 누나도 둘 같이 있었다.
요새는 보육원에 오는 아이들도 고아는 드물다.
대개 연고가 있다는 말이다.
부모가 있는 경우도 있고, 나중에 그 부모가 다시 데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이들은 영영 부모 소식을 몰랐다.
고맙게도 견실하게 잘 커서 대학도 가고 직장도 자리를 잡았다.
그리 크는 동안 간간이 물꼬에 와서 보냈을 뿐인데,
해준 것도 없이 부모로 혹은 어른으로 설 영광이라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연어의 날이 끝나고 몇이 남았다.
시인 이생진 선생님 일당(ㅎㅎ) 승엽샘과 초설도.
이생진 선생님은 속이 불편해서 아침을 걸렀으면 하셨다.
야채죽을 끓였다.
끓여놓으니 너도 나도 한 번 먹잔다.
“밥 있잖아!”
그래놓고 덜어준다.
“죽이 뭔지 알어?”
‘죽은’ 사람 소원 들어주는 거라네. 내참...
또 실없는 승엽샘의 소리, 아재 개그다.
이생진 선생님 일당도 보낸다.
여기 오면 내내 밥 얻어먹는다고
옥선생 부엌에서 떠나게 하자며 황간으로 나가 밥을 사시는 선생님.
머리가 긴 승엽샘, 손끝이 여성 같은 초설, 그리고 이 여자,
여자 셋 거느린 선생님이시라 농을 하며 유쾌한 밥상 되었다.
나는 내 안에 남자 사는데... 하하.
하얀샘이 정리를 도와주러 들어왔다.
교문의 현수막부터 떼 주었다.
달골로 올라 아침뜨樂 미궁의 느티나무에서 아래로 물도 주었네.
그야말로 남은 식구 셋이 늦은 저녁밥상에 앞에 앉았다.
인사도 남았고, 정리글도 남았지만,
사람들이 다 나가고 비로소 연어의 날이 끝났을세.
앗! 오늘부터 마을 수도를 아침저녁 한 시간만 공급하기로 했단다.
가뭄 오래였다.
아이들 드나드는 곳이라고, 혹 물 사정 안 좋을 때 곤란할까 하여
학교 부엌에는 늘 예비로 채워두는 커다란 물통 하나 있다.
덕분에 꼭 물이 나오는 시간에 얽매이진 않는다.
그나저나 사람 많았던 어제도 아니고 오늘이어 얼마나 다행한가.
고마운 삶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