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죽음을 말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마도 살 날이 더 많을 아이들에게, 희망을 더 많이 얘기할 아이들에게.

또래를 성매매를 시키고,

그 이유가 밥을 굶어서도 아니고 유흥비를 얻기 위해 그랬다는 사건 앞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죽음을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영위해야 할 삶이라면 차라리 죽자고.

그런데 우리 그렇게까지 해서 살지는 말자고 말하는 게 최선일까?

소년법을 강화하는 게 해결인 걸까?

그 아이들은 어떻게 그리 되었으며 왜 그래야 했는지,

그게 어찌 그들에게만 던질 돌이겠는지,

그 아이들을 어째야 하는 건지,

이 시대 한 어른으로, 또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으로서 천근같은 무게였다.

사람들이 가해소년들의 잔인함에 공분했던 것은

피해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

나는 그 속에 그저 무기력했다.

그때 <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공명, 2019)이 왔다.


솜방망이 소년법을 믿고 이것들이 더 날뛴다고,

그래서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국민청원도 있었다.

도대체 그 소년법은 무엇인가?

범죄소년은 얼마든지 내 아이일 수도 내 이웃의 아이일 수도 있다.

내 아이의 친구일 수도, 얼마든지 내 아이의 이웃일 수도.

물꼬만 해도 소년보호재판을 받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범죄소년 역시 어른이 된다.

잘못된 경로로 접하는 성의식에서부터

범죄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어

양쪽도 모두 심각한 내상을 입는다.

이 속에 국가와 어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가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의 모든 것을 설명하며

바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소년보호재판은 벌보다 교화에 방점이 있다.

소년보호사건과 가정보호, 아동보호사건,

보호사법인 이 셋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재판이 왜 가정법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가 하는 것은

그들의 앞과 뒤에 ‘가정’이 있는 까닭이다.

충동적이고 반복적인 소년비행이 일회적 형사처벌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행위를 보고 분노한 이들이 소년법을 비판하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이라는 것 때문일 것.

그런데 가둔다고 되는가?

처벌은 그저 가장 손쉬운 길일 뿐이다.

그들은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걸.

처벌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형벌은 과거의 책임을 묻는 거라면,

보호처분은 장래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


가해자가 어른이면 구속 필요성이 있을 때는

구속 기간 구치소에 갇혔다가 형사재판을 받는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집으로 간다.

소년보호제도에서는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소년을 둘러싼 환경과 사건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적절한 교육을 한 이후 보호처분을 받는다.

시설로 보내지는 소년들은 그곳에서 검정고시, 직업교육 등을 받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비로소 알게 된 사실도 여럿이었다.

당장 10호까지 있는 보호처분에 대한 이해였다.

범죄소년 사건은 일단 경찰의 수사를 받더라도

검찰에 송치되어 검사의 선택에 따라 형사재판 혹은 소년재판으로 진행할지 정해진다.

그런데 촉법소년 사건은 경찰 수사 후 검사를 거치지 않고

관할 경찰서자아 명의로 곧바로 법원에 송치된다.

막연히 알고 있던 용어에 대해서도 정리가 된다;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우범소년, 경찰과 법원이 조기에 개입하여 비행환경으로부터 분리하고 보호하는 제도.

소년법과 청소년보호법의 구분도 역시 그간 어렴풋했더랬다.

소년법은 소년의 비행에 관해 보호처분을 하는 법률,

뒤는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법률.


‘소년보호재판의 최종 결정은 소년이 저지른 죄질에 비례하는 형벌이 아니라 소년의 성행을 개선할 수 있는 보호처분이므로, 과거에 대한 평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라서 단지 범죄 인정 여부를 밝히는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비행가능성’과 ‘개선가능성’에 관해 심도 있는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개선 가능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조사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 등 다양한 사전 조치를 선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p.175)


‘... ‘소년보호’라는 개념 속에 가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뿐만 아니라 피해소년의 건전한 성장도 목표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p.308)


이 책은 소년보호사건의 실제 현황을 낱낱이 전하고 있고,

소년법에 대해 이해하게 한다.

특정직업인만 읽을 책이 아니다.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된다. 그러니 그들의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어른 모두가 읽었으면.

알아야 어찌 손을 댈지 알 수 있을 테지.

예컨대 소년보호재판과 형사재판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소년사건에 대한 재판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같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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