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날은 끝났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여름날의 풀, 징글징글하다는,

다시 풀 속으로 풀을 해치며 매며.


연어의 날에 전시했던 양재연 선생님의 그림을 돌려드리다.

맑은 날을 기다렸다가 간 오늘이다,

혹여 귀한 그림 상할까 하여.

마침 비 말짱해서 다녀왔다.

보내고 왔더니 비 내리다, 고맙다.


한바탕 비 내려 또 숨 돌리며 이생진 선생님과 통화한다.

엊그제는 연어의 날 물꼬 오셨을 적 사이집 다락방에서 작업한 시들을 읽어주셨다.

열화당에서 원석연 선생의 그림에 이생진 선생님의 시를 더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그게 책으로 나올 거고.

그 책의 마지막을 선생님은 물꼬 이야기 한 줄로 마무리하신다.

1929년생이시니 아흔도 넘긴 당신,

이번 책이 생의 마지막 책이지 않겠냐시는데...


연필 오채론(五彩論)의 화가, 원석연 선생.

“그 연필화들은 부드러움과 강도가 조절된 세밀한 질감의 묘사와 표현적 완벽성 등으로 인해 확대경으로 세부를 살펴봐야 할 만큼 정밀하게 이루어져 있고, 얼핏 보아서는 인쇄된 화면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연필색도 색이다. 구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색감과 질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 원석연의 ‘연필 오채론(五彩論)’의 신념은 상통된다.”

(이구열(李龜烈) 「원석연, 그 연필화의 감동과 신비」(1989) 가운데서)

육십여 년 동안 오로지 연필그림만을 그린 당신이다.

1949년 제1회 국전 출품한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공모전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오직 개인전을 통해서만 사람들과 연결됐다.

국전에서 연필화가 입선한 경우는 선생이 유일무이하다지.

종이에 연필로 실물 크기의 개미 한 마리만을 그려 놓고

같은 크기의 유화 작품과 동일한 가격이 아니면 팔려고 하지 않았고,

꼬박 며칠 동안 그린 초상화를 초상의 주인이 수정을 요구하자

그 자리에서 찢어 버렸다는 당신이다.

1922년생.


1920년대생 시인과 화가의 만남을 설레며 기다린다.

제목이 ‘아내의 얼굴’이라던가...

참, 연어의 날에 오셨던 소리꾼 이강근 선생님이 그 걸음으로 장고도를 넘어가셨는데

거기 민박집 벽면에 선생님 시가 있다고 보내온 사진이 있었더랬네.


장고도


팽팽한 수평을 잡아당긴 섬과 바다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찢어지도록 긴장해있다


‘책이 나오는 대로 옥선생님 품에 안겨드릴 겁니다.’

이생진 선생님의 마지막 문자는 그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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