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비가 그쳤다.

학교 꽃밭 앞 우리 식구 먹을 정도의 포도나무가 늘어서 있다.

오늘은 거기도 봉지 씌운다.


품앗이 샘들한테 SOS.

물꼬 샘들은 게릴라들이다.

각자 제 삶터에 살다 일이 생기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민방위대가 그런 거 아니었나.

여름 겨울 계자며 연어의 날이며에 붙는 손발들도 힘들 것이라

웬만하면 다른 일정은 이 안에서 어찌 해결을 한다.

하지만 이번은 통문을 띄우기로.

원래 붙기로 한 하다샘이 갑자기 시험일정이 잡혀버렸던 탓에.

교수님은 과목 많은 의대 학생들 배려해서 다른 과목들 피해서 잡아준 시험일정인데

하필 물꼬 일정에는 걸려버렸네.

7월 4일 밖에서 들어오는 제도학교 아이들의 나들이에

아무래도 누군가 다른 손이 필요하겠다.

점주샘이 듣고 친구들과 여행일정을 바꾸네 마네 하기도 했더랬는데,

그럴 것까지 아니라 했건만.

164계자 샘들한테만 문자를 돌린다.

한 사람쯤만 붙어도 수월할.

나들이를 올 학교 편 샘들이 넷이나 되니

함께 움직여달라고는 하였는데,

재작년 한 고교 나들이 때 넘의 학교 샘들 쓰는 일이 편치 않은 경험으로다...


계자에 참가하는 샘들한테도 등록비를 내라 한다; 1만원.

일종의 약속인 거라.

그런데 올 여름 계자 밥바라지에 붙을 정환샘,

너무 많은 비용을 보냈네.

혹여 0을 잘못 붙인 건 아닐까.

연락하니, ‘약소하지만 계자 살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답했더라.

임용을 준비하며 기간제로 새내기 교사가 된 그가

집 떠나 먼 곳에서 홀로 하는 살림도 만만찮을 것을.

물꼬는 늘 그런 마음들이 모여 꾸려진다.

세상사가 재밌지, 물꼬만 해도 넉넉한 사람들이 후원자가 되는 게 아닌.

그래서 더 허투루 새지 않게 살림을 잘 여미게 한다.


이런 날이 오다니! 정전협정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1953년 정전선언 이후 처음.

당시의 임시건물이 콘크리트가 되고,

머잖아 종전협정이 이루어질 줄 알았던 세월이 자그마치 70년이 흐를 줄이야.

잘 맞아떨어졌던 거다.

대담한 젊은 지도자 김정은과

트윗으로 외교한다는 활달한 지도자 트럼프와

자신의 성과로 자랑하지 않는 겸손한 지도자 문재인이 한 시대에 있게 된.

일이란 게 그렇더만, 그렇게 박자가 딱 떨어지는 그런 때가 있더라.

이네가 함께 각국의 정상일 때

통일까지는 어렵더라도 종전협정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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