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구름이 덮지만 덥다.

감자를 캤다.

톡톡 솟아오르는 두더지 머리 마냥 하나씩 하나씩 나왔다.


9월 초에 내려는 걷기여행 책의 원고를 수정하기로 한 엿새가 가운데

사흘을 보낸다.

쓴 글을 고치기가 더 힘들다.

놓고 싶지 않은 문장이 있고,

그것이 발목을 잡고 다른 문장을 불러오지 못하기도 한다.

글을 고치는 일은 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버리는 훈련의 시간에 다름 아니다.


한 아이네의 글월을 받다.

엄마의 절절한 마음이 전해져와 눈시울 붉어지다.

큰 애는 가출을 반복하고

작은 애는 그 사이에 방 안으로만 들어간다.

아버지는 집이 답답해서 집을 나가고

엄마는 어떻게든 축을 잡아보려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물꼬랑 십여 년 맺은 인연이다.

작은 애는 때때마다 물꼬에 오는 아이.

“엄마 난 이 다음에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 아빠처럼 안 키워.

 난 물꼬에서 옥샘이랑 키울 거야.”

그랬더라나.

그래도 결혼 안 하겠단 소리는 안 해서 다행하다 해야 하나.

어째서 아이들은 그리 힘드나,

그것을 봐야 하는 어미의 심정은 어떨까.

자식새끼들은 우리 생의 환희이면서 동시에 생인손 같은 존재.

운명이겠다.

그 아이를 한 학기라도 데리고 있는 상황을 가늠해본다.

학교는 인근 중학교에 다니면 될 테다.

물꼬를 내켜하지 않는 그 댁 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696 2019. 6.29.흙날. 비 / 칼국수를 노래함 옥영경 2019-08-14 561
1695 2019. 6.30.해날. 오후 갬 / 남북미 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옥영경 2019-08-14 452
1694 2019. 7. 1.달날. 아주 잠깐 빗방울 두엇 / 풀매기 원정 옥영경 2019-08-14 584
1693 2019. 7. 2.불날. 맑음 / 날마다의 삶 속에 만나는 기적 옥영경 2019-08-14 542
1692 2019. 7. 3.물날. 맑되 잠깐 구름 /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나쓰카리 이쿠코/공명) 옥영경 2019-08-14 557
1691 2019. 7. 4.나무날. 맑음, 날씨 좀 보라지! / 제도학교의 물꼬 나들이 옥영경 2019-08-14 569
1690 2019. 7. 5.쇠날. 맑음 / 올 여름 첫 미리내 옥영경 2019-08-16 513
1689 2019. 7. 6.흙날. 가끔 해를 가리는 먹구름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나무심는사람, 2003) 옥영경 2019-08-16 521
» 2019. 7. 7.해날. 가끔 구름 덮이는 / 우리 생의 환희이면서 동시에 생인손, 아이들 옥영경 2019-08-17 517
1687 2019. 7. 8.달날. 맑음 / 올해 두 번째로 나올 책의 원고 교정 중 옥영경 2019-08-17 516
1686 2019. 7. 9.불날. 조금 흐리게 시작한 아침 옥영경 2019-08-17 458
1685 2019. 7.10.물날. 비, 여러 날 변죽만 울리더니 옥영경 2019-08-17 473
1684 2019. 7.11~14.나무날~해날. 비 내리거나 흐리거나 맑거나 / 삿포로를 다녀오다 옥영경 2019-08-17 501
1683 2019. 7.15.달날. 억수비 한 시간 다녀간 옥영경 2019-08-17 504
1682 2019. 7.16.불날. 반짝 해 옥영경 2019-08-17 478
1681 2019. 7.17.물날. 흐림 / 뭐, 또 벌에 쏘이다 옥영경 2019-08-17 495
1680 2019. 7.18.나무날. 도둑비 다녀가고 흐림 옥영경 2019-08-17 538
1679 2019. 7.19.쇠날. 밤, 태풍 지나는 옥영경 2019-08-17 529
1678 2019 여름 청계 여는 날, 2019. 7.20. 흙날. 비 옥영경 2019-08-17 526
1677 2019 여름 청계 닫는 날, 2019. 7.21.해날. 비 옥영경 2019-08-17 46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