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16.불날. 반짝 해

조회 수 511 추천 수 0 2019.08.17 11:46:25


아침뜨樂 달못에는 연꽃 벙글었다.

먼저 폈던 것들이 벌써 시들어 떨어지고.


며칠 비운 자리, 햇발동부터 달골 청소를 시작한다.

사이집도.

음... 한 번에 내리 되지 않는 일이 많은 낡은 살림이라.

그만 고장난 청소기를 고치느라 또 시간 여 걸린.


풀을 맸다.

마을의 인술이 아저씨 오토바이 타고 올라왔다.

20년 전 물꼬가 처음 이 골짝에 자리 잡을 녘

당신이 이장 일을 보고 있었고,

외지인에게 넉넉하지 않은 산골 인심에 그의 그늘이 유독 큰 힘이었다.

마을 안 낡은 집에서 살던 그네가

대해 골짝 들머리에 집을 지어 나간 지도 십여 년,

아무래도 보는 일이 줄었다.

두어 해 다친 허리로 움직임이 여의치 않던 당신,

그래서 달골 언저리 당신이 관리하던 묘지 하나도 이제 다른 이가 손보는데,

일이 어찌 되는가 궁금도 해서 올라와 본 걸음이라지.

햇발동 데크 테이블에 앉아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네.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저씨, 당신 삶은 산골 삶의 좋은 본보기라.

말 그대로 사람이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자식 둘 키워 장가보내고 이제 두 노인네 먹고 살면 된다신다.

착하고 어질 게 사는 분,

그보다 더한 게 무에 있으랴.

얼마 전 출간한 <내 삶은 내가 살게...>를 보시고

“내 배운 것 없어 잘 모르겠지만, 제목이 참 좋네!” 하셨다.

아, 네이버 책에서 베스트셀러 빨간 딱지가 다시 붙었더라는 소식도 있었고나.


해마다 6월 행사에 함께했던 소울이네가

연어의 날에 함께하지 못하고 여름 얼마를 와서 지내기로 했다.

7월 27일 들어와 며칠 묵기로 한다.

아이 셋 이 산마을에서 뛰노는 동안

어미는 해주는 밥 먹으며 잘 쉬고 힘을 모아 가기를.

젊은 처자를 보았고, 그의 남자 친구를 데려왔고,

둘의 혼례에 주례를 섰고,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고,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 세월을 보았더라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362 2022. 4. 9.흙날. 맑음 옥영경 2022-05-05 464
1361 2019 겨울 청계(2019.12.21.~22) 갈무리글 옥영경 2020-01-16 464
1360 2023. 9. 1.쇠날. 밝고 둥근달 옥영경 2023-09-06 463
1359 2022학년도 여름, 170계자(8.7~12)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24 462
1358 2021. 3. 4.나무날. 비 옥영경 2021-03-26 462
1357 2019. 9. 8.해날. 태풍 지났으나 비 옥영경 2019-10-23 462
1356 2023.10.17.불날. 맑음 / 의료자원에 대해 생각하다 옥영경 2023-10-29 461
1355 2020. 4. 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461
1354 2020. 4. 4.흙날. 맑으나 바람 거센 옥영경 2020-05-28 461
1353 2020. 2.25.불날. 비 옥영경 2020-03-31 461
1352 2019.11.29.쇠날. 맑음 / 가마솥과 메주 옥영경 2020-01-10 461
1351 2019.11.24.해날. 흐리다 밤비 옥영경 2020-01-10 461
1350 2022. 3.31.나무날. 흐리다 밤비 살짝 옥영경 2022-04-28 460
1349 2020. 9. 5.흙날. 흐리고 가끔 은실비 옥영경 2020-09-21 460
1348 2019.11. 5.불날. 맑음 옥영경 2019-12-28 460
1347 2019.10.18.쇠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19-12-05 460
1346 2022. 4. 1.쇠날. 맑음 / 설악산 아래·1 옥영경 2022-04-28 459
1345 2022. 1.2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30 459
1344 2021. 3. 7.해날. 흐린 하늘에 아주 가끔 해 옥영경 2021-03-26 459
1343 2022. 1.20.나무날. 대한(大寒), 흐린 하늘 / 아, 두부 하나에 상자 하나 옥영경 2022-01-28 45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