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밤은 안녕하실지.

새벽 3시 사이집 지붕이 날아오를 것만 같은 밤.

태풍 지난다. 빗방울 투닥투닥 뿌리고.


아이들맞이 청소를 늦은 밤에 하고 해우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왔다.

새벽 2시 바람이 거칠어지기

하이고, 그예 누구는 문을 닫아야만 할 때.

어둔 달골을 빠져나가려니 쉽지 않다.

결국 학교아저씨께 전화 넣다.

든든하던 아들도 대처로 나가고

이제 당신 계셔서 또 이리 무사한 날들이라.

저녁에는 하얀샘도 건너와 일손을 거들었더라니.

아침뜨樂 미궁에 돌 사이 스미도록 깔아놓았던 흙들 있었는데

다시 남은 것들 쓸어내리고,

큰해우소 소독도 해준.


비 많을 거라 했으나 퍽 말간 아침이었더라.

어제처럼 북쪽 하늘부터 열린 마을.

달골 아침뜨樂 풀을 좀 매고,

칡넝쿨 감아올린 측백도 몇 돌보고.


장을 보러갔네, 내일 아이들 들어올 거라; 청소년 계자.

나간 걸음에 우체국에서 택배를 보낸다.

한 출판사로부터 줄줄이 여러 권의 책을 받고도

답 한 번 할 일 없더니 드디어 이번에 출간한 내 책을 한 권 드리네.

치과도 들리지.

“치과부터 가라!”

앓고 있던 이를 보고 연어의 날 다녀가던 벗 점주가 신신당부를 하고 갔더라만

이제야 짬을 냈다.

뭐, 오르고 내릴 염증이라.


차를 그리 마시면서도

한국에서 내 돈으로 사본 적이 없었다.

절집의 스님이며 두루 나눠주기도 했고

때때마다 사람들이 들여주기도 했고

차 좋아한다고 멀리서 보내들 주기도 했고.

거기다 차 좀 마신다는 다인들이 드나들며

꼬박꼬박 좋은 차를 들고도 왔더라지.

그런데, 작년에 비웠던 한 해여 그랬나 홍차가 똑 떨어진.

오늘 김천에서 한 통 사들였다.

내일 들어올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개봉 때 가장 맛있는 차라.

설레인다, 아이들도, 그 아이들과 둘러앉아 마실 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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