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해날 구름, 가끔 해를 가리고

조회 수 1357 추천 수 0 2005.09.06 15:33:00

8월 7일 해날 구름, 가끔 해를 가리고

계자를 마치고 돌아간 아이들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집도 더러 있고
시간이 너무 늦어 미처 못한 집도 있었네요.
그런데, 오누이를 보낸 어느 어머님, 한참 전부터 물꼬 논두렁인 데다
글쎄, 스무 살 남짓한 제 나이에 맺은 인연들이 닿아있었습니다.
만난 적 없었으나 알았던 셈입니다.
반가워들 했겠지요.
산골 들어와 사느라, 물꼬에 뒤엉켜 지내느라, 한동안 나라 밖도 나가 있느라
사람들 소식에 더뎌있었더랍니다.
우리들의 아이가 이렇게 자랐구나,
시간이, 세월이, 역사가 그리 흘렀겠지,
그리고 우리 삶도 그 속에 떠내려 왔겠습니다.
뜨겁게 보낸 80년대가,
잠시 어리둥절하며 시작됐던 90년대 초반이,
그리고 다들 자기 가치관대로(혹은 떠밀려) 자리를 잡아가던 90년대를 보내고
이제 별 변화 없이(?) 주욱 살아나갈 2000년대를 맞은 우리 세대들입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겠으나
또한 사람살이 그리 다를 것도 없이 나아갔겠지요.
아이들이 자라고 그 아이들이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시냇가에 묻혀 잠자는 돌 속에서

아름다운 생명의 이미지를 길어 올리는 자가 있고

교정에 구르던 돌을 주워 던지는 순간

스스로의 생명감을 느끼는 자가 있다

살아남아 생명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자가 있고

빛나게 일구는 자가 있다

; 나희덕의 <돌>


106 계자 엿새를 앞두고
저녁에 샘들이 미리모임을 했습니다.
"낫 갈고 부엌칼도 갈았습니다.
길을 잘 들인 것은 몇 번만 해도 잘 드는데,
물건은 언제든지 길을 들일 수 있는데,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으니 처음 길을 잘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10년차 품앗이 형길샘부터 인사를 하였습니다.
대전의 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방문자 준세샘,
계자에 영인 세인이를 보내고 있는 또 다른 방문자(논두렁이기도) 황미숙샘,
안산에서 교육대학원을 준비하는 어린(?) 신부 아름샘,
가족들과 오래 떨어져 공동체에서 이 여름을 머물며 자신을 깊이 돌아본다는 선진샘,
이 여름도 호되었던 지난 겨울만큼 움직여주고 있는 승형샘,
여름방학을 여기 머물며 다 쓰고 있는 새끼일꾼 선아형,
그리고 공동체 식구들,
아, 또 방송대에서 교육학을 드디어 마치게 된,
107 계자를 위해 미리 짬 내서 일도 돕고 흐름을 익히러 들어온 효진샘도 있었습니다.

이른 점심을 먹은 상범샘이 서울 나가는 유상샘 차편에
한주 동안의 연수를 위해 대해리를 나갔습니다.
오는 흙날에 돌아올 거지요.
어제부터 소희샘 형길샘 기락샘은 새 계자를 위해 움직여 왔습니다.
형길샘은 예초기로 학교 둘레를 다듬고
다른 이들은 계자맞이 청소에 운동장 정리,
그 밖에도 패를 나눠 곳곳에서 움직입니다.
준세샘 형길샘은 논에도 나갔네요.
배수로 주름관 더 사다가 물꼬를 잘 다듬고 있습니다.
효진샘 희정샘 선진샘 미숙샘은 밭일까지 더하지요.
머무는 이들과 공동체 식구들은 미리모임 전 찜질방도 다녀왔더랍니다.
106 계자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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