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랬다.

볕이 좋았고,

보름을 넘게 젖어있던 사물들이 모든 촉수를 하늘 향해 내미는.


아침 수행 뒤

아이들을 꼬랑지에 달고 아침뜨樂에 들다.

달못 위쪽에서 돌도 주웠지.

풀 벨 때마다 걸려 튀는 돌이라.

사람 손이 무섭지, 다섯이 줍는 돌이 얼말까 쉽지만

제법 주워 수로로 던진다.

맨발로 느티나무 모신 미궁도 걷지.


그 걸음으로 달골 두멧길을 걸어 내려가 계곡에 닿지.

“동상 걸리겠어요!”

소울이가 그랬다.

아토피가 심한 소미는 쑥물에 몸을 담그네.

베 말린 쑥을 달여냈더랬네.

아이들을 위해 그리 할 수 있는 일은 늘 얼마나 복되던가.


영동역에 소울이네를 부려주었네.

여섯 살 소미는 저녁 내내 아빠 미루샘을 붙들고

물꼬에서 뭘 먹고 어떻게 놀았는지 자랑하기를 멈추지 않더라지.

가을에도 또 보기로 하네.

그래, 여긴 넓어서 좋다.

아이들은 그런 데를 거닐기만 해도 건강할지라.


역에 바래러 나간 걸음에 차 정비소에.

계자 전 손봐 놔야 혹 아이들과 바삐 차를 써야 할 때 원활할테지.

여름과 겨울 계자 전이 차도 돌보는 때라.

마침 바퀴의 끽끽거림이 심하기도 했을 세라.

하지만 부품이 없어 낼 다시 와 작업키로 하네.


내일 이른 아침에 맞아야 할 이들이 있는데,

아침뜨樂을 거닐 사람들이라,

어제 풀 깎은 부스러기 미궁 돌 위에 얹힌 채로 있다.

쓸기 좋게 바짝 말릴 참인데,

아차차, 한밤에야 그거 좀 치웠으면 싶더라.

뭐 그러면 그런대로 또 걷지 못하겠냐만 이왕이면!

하얀샘 건너와 저녁 먹은 결에 또 나서서 불 밝히고 거들고 가셨네.

마침 엊저녁 실어나갔던 계자용 솥단지(50인용) 고쳐가지고 온.

오며 가며 인근도시로 나갈 시간을 그리 벌어주시었다.

밥솥 됐으면 계자 준비 다 했는 양, 하하.

아암, 밥이 다지!


164 계자 학부모들 전화.

아이들 오기 전 서로 목소리 듣고,

아무렴 엿새를 부모 대신 할 이곳인 걸,

부모님들 안심하시라고, 짐도 싸야 하고, 물을 것도 할 말도 서로 있을 것이라.

진도는 안 나감.

오십 명씩 세 차례 할 때는 교무행정 맡았던 샘이 어찌 다 하셨더란 말인가.

몇 해 전부터는 여름과 겨울 각 한 차례, 그것도 가정도 많지 않은데.

현재 스물여섯, 형제도 있으니 채 스물도 안 되는 가정인 걸.

지난시절 같이 고생했던 이들은 수시로 소환된다.

고맙고 고맙다. 어디서고 마음 좋으시라.


164 계자 밥바라기 1호기 정환샘과 계자 밥상에 대한 작전회의를 할 밤이나

자정이 넘어가버리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22 2024. 3.28.나무날. 비 옥영경 2024-04-18 32
6621 2024. 3.2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17 37
6620 3월 빈들 여는 날, 2024. 3.29.쇠날. 갬 옥영경 2024-04-18 40
6619 3월 빈들 닫는 날, 2024. 3.31.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18 43
661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46
6617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49
6616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50
6615 3월 빈들 이튿날, 2024. 3.30.쇠날.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24-04-18 51
6614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54
6613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58
6612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58
6611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59
6610 2024. 3.24.해날. 흐림 옥영경 2024-04-10 65
6609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71
6608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78
660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79
6606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83
6605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84
6604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86
6603 2024. 3.26.불날. 정오께 비 걷다 옥영경 2024-04-10 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