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나무날. 맑음

조회 수 570 추천 수 0 2019.08.22 01:08:55


젊은 날 그 많은 날, 눈 좋았던 그 많은 날들 뭐 했나 몰라.

이제 글 몇 줄 읽다가, 글 두어 줄 쓰다가 뿌옇게 변하는 앞이라.


아침 9시 경보알람이 울었다.

낮 10시부터 폭염경보, 최고 35도라는.

산마을은 파란 하늘 사이로, 바로 머리 위에 옅은 회색구름이 가림막을 쳐주고 있다.


부엌 냉장고와 양념장 장 정리.

한 시간만 도와라고 하지만 그 일이란 게 그렇지 않다는 걸

아이 저도 알고(그 아이가 스물도 넘어 계자를 같이 꾸리네) 어미인 나도 안다.

자주 정리하지만 어느새 낮은 기온을 믿고 오래둔 것들이 있다.

그래도 먹지 하고 미룬 것들.

꺼내고 통합하고 가끔은 이제는 버리고...

이름표를 떼고 붙이고...

다 꺼내놓으니

이삿짐 부릴 때보면 저 많은 게 어디 다 들어가 있었나 싶은,

그처럼 냉장고 살림이 또 그렇더라.

그래도 두고 먹는 것보다 바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 많은 이 살림인데도.


기표샘, 대해리 들어오기 전에 장 본다고 전화를 해왔다.

“삼촌, 옷 하나 사드릴라고...”

"있다."

“그리고 평소에 입는 것들은 애들이고 사람들이 두고 간 것들 입잖아.”

그러게, 물꼬 안식구들은 그렇게 옷방에서 옷을 챙겨 입고 산다.

“한 번씩 새 옷도 사드린다.”

“낡았다 아이가.”기어이 하나 사오려 한다.

고맙다. 돈 벌어 제 살림하기도 벅찰 것을.

휘령샘도 계자 글집 제본을 어찌 도울까,

또 뭘 사갈까 전화했다.

“기표가 글집 영동에서 하란다. 지가 해준다고.”

다들 제 쓰기도 바쁠 것을.

밖에서들도 그렇게 물꼬 살림을 산다.


멀리서 어르신들이 차를 마시러 들어오기로 8월 중순으로 날 받았더랬는데,

아쿠, 딱 갔으면 좋겠는 연수 소식이 들어왔네.

학업중단 아이들을 위한.

찻자리보다 피 흘리는 아이들이 먼저인께로.

양해를 구했다.

물꼬는 물꼬식으로 해왔던 것들이 있으나

세상 속에서는 또 어찌들 말하고 행하고 있는가

두루 배우고 돌아올 수 있기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94 169계자 닷샛날, 2022. 1.13.나무날. 눈 내린 아침, 그리고 볕 좋은 오후 / ‘재밌게 어려웠다’, 손님들의 나라 [1] 옥영경 2022-01-15 634
1693 2015. 9.14.달날. 맑음 옥영경 2015-10-12 633
1692 2019. 5. 4.흙날. 맑음 옥영경 2019-07-04 632
1691 2017.11. 6.달날. 맑음 옥영경 2018-01-06 632
1690 2019. 6.27.나무날. 흐리다 맑음 / 호박잎 꽃다발 옥영경 2019-08-14 630
1689 2015. 1.31.흙날. 흐리다 눈 옥영경 2015-02-26 630
1688 2020. 4.21.불날. 화창하지는 않은 옥영경 2020-07-07 627
1687 164 계자 닷샛날, 2019. 8. 8.나무날. 소나기 / 민주지산(1,242m) 산오름 옥영경 2019-09-10 627
1686 2017.10.26.나무날. 맑음 / 제도학교의 물꼬나들이 옥영경 2018-01-05 627
1685 165 계자 닫는 날, 2020. 1. 1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28 626
1684 2014. 5.21.물날. 맑음 옥영경 2014-06-13 626
1683 산마을 책방➀ 닫는 날, 2019. 8.18.해날. 맑음 옥영경 2019-09-23 625
1682 2015. 7.13.달날. 갬 옥영경 2015-07-31 625
1681 2015. 2. 6.쇠날. 맑음 옥영경 2015-03-10 623
1680 2019. 5.31.쇠날. 맑음 / 연어의 날(6.22~23) 밑돌모임 옥영경 2019-08-02 622
1679 171계자 이튿날, 2023. 1. 9.달날. 푹하고 흐린 옥영경 2023-01-11 621
1678 2019. 9. 9.달날. 비 추적이는 밤 / 향낭 옥영경 2019-10-23 621
1677 2019. 5. 8.물날. 맑음 /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 옥영경 2019-07-09 621
1676 172계자 이튿날, 2023. 8. 7.달날. 맑음 옥영경 2023-08-09 620
1675 169계자 닫는 날, 2022. 1.14.쇠날. 맑음 / 잊지 않았다 [1] 옥영경 2022-01-15 6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