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들이 들어온다, 계자를 준비하기 위해.

낮 버스로 들어온 샘들이

학교 청소와 아이들이 쓸, 풀 무성한 수영장을 길을 내고,

달골에서는 하얀샘과 기표샘이 사이집 지붕을 고치고.

서쪽 끝 처마를 감싼 징크가 덜렁거렸더랬다, 며칠 전 바람 거친 날.

마지막으로 저녁 밥상에 앉기 전 물꼬 수영장인 거인폭포에서 빠졌다 온 샘들.

'더운 날씨에 이열치열 따뜻한 국수를 먹고 학교 곳곳을 청소하고 정리했다.

바닥을 쓸고 닦는 일, 먼지를 털어내는 것, ...

단순히 청소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닦는 일이기도 하다.

처음에 물꼬에 왔을 때는 청소를 하며 단순히 힘들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물꼬에 올수록 청소를 하는 것/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하는 것'의 행동만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학교 시절 공부했던 교육철학자들이 말하는 '노작'의 중요성이 이런 것 아니었을까.

(휘향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아이들이 들어오기 전 부모님들과 통화를 한다.

처음 오는 가정에는 꼭.

목소리라도 들으면 걱정들을 덜하시지 않으려나 싶어.

“아니, 이 산골짝 낡고 불편한 곳에 도대체 뭘 믿고 보내신대요?”

그리 농으로 시작하지만 선뜻 믿고 보내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는.

해외여행으로 이제야 통화가 된 가정이 있었다.

안심이 되었다고 했다.

부모 말고도 우리 아이를 같이 키워주는, 기도하는 이가 있다,

우리 인연이 그렇다, 물꼬가 그렇다.

통화가 뭐라고 마음이란 게 그렇다.

그리 목소리 한 번 오가면 불안이 좀 걷힌다는.

방학하자마자 벌써부터 해외여행을 다녀온 가정이 여럿,

아이들이 너무 힘을 빼고 오지는 않으려나 걱정이.


아이가 아픈데 약을 먹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미안해하는 엄마가 있었다.

무슨! 여기서는 물꼬가 부모.

아이의 상황에 미안할 게 무언가.

누가 아프고 싶어 아픈가.

아이가 아프면 약 먹이고 살피고 당연히 돌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부모 부재의 자리 부모가 되는 것,

이곳에 모인 샘들은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할 사람들이다.


불날부터 하다샘이, 어제부터 휘령샘과 기표샘이 들어와

교사들이 쓸 미리모임자료도 복사하고,

낮 버스를 타고 온 샘들에 이어 아이들 글집을 인쇄소에서 찾아 든 희중샘도 들어오고.

기표샘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여기서 사흘 손을 보탠다.

희중샘, 그간 계자에서 써온 낡은 현수막 대신 새 현수막도 하나 만들어오고

팥빙수를 위해 제빙기며

학교의 낡은 구급상자(양호실용과 산오름 휴대용 세 개)며

수박이며 복숭아며 과일들과 교사 하루재기모임을 위한 음료들까지 차에서 내렸다.

휘향샘도 샘들 갈무리에서 먹을 것들을 안고 오고.

그런 마음들이 닿아 계자를 꾸린다.


저녁 7시 164 계자 미리모임.

이들은 왜 이 무더운 여름 이토록 불편하고 일 많고 고생스런 이곳에 모였는가.

- 물꼬 9년차, 새내기 공교육 교사,

  공교육에서의 문제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물꼬에서 얻었노라 했다.

- 스물일곱 공립유치원 교사. 일곱 살 반을 맡고 있다.

  이번에도 물꼬에서 꾸릴 바로 그 반을 위해 왔다.

- 물꼬 8년차. 고교 2년 담임을 맡은 새내기 교사. 일하지만 쉬러오는 물꼬이다.

  몸담고 있는 공교육에서 인간관계를 얻기 어려운 듯하다. 그래서도 물꼬가 더욱 귀하다.

- 2007년 초등 3년에 물꼬를 만나 5년까지 계자를 했고

  올해 연어의 날을 시작으로 지난 7월 제도학교 나들이를 도왔고 올해만 세 번째 물꼬 걸음.

  10년 만에 온 물꼬

- 초등 5년으로 시작한 물꼬, 새끼일꾼 거쳐 올해 품앗이로 처음 참여.

  새끼일꾼 교육팀장을 맡다.

- 의학과 1년, 물꼬에서 살았고, 우리들의 잃어버린 신성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 2009년 가을 물꼬에 첫 발, 8년차 공교육 교사,

  어른으로 물꼬에 처음 왔지만 그 경험만으로도 교직에서 마음을 세우는데 큰 도움.

  학교도 좋은 곳이고 배우는 게 많지만 여기는 더 많다. 결이 다른 것을 배운다.

- 물꼬 17년차 학교아저씨

- 스물한 살에 물꼬를 만나 20대의 모든 여름과 겨울을 물꼬에서 보냈다.

  서른세 살. 이제는 논두렁으로도 물꼬를 돕는다.

  몸이 힘들지언정 정신이 맑아지고 배우는 게 많다.

- 물꼬 품앗이 새내기들 다섯 명, 선배들로부터 물꼬 이야기 많이 들었다.

  정말 사람들이 좋고,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고.

- 새끼일꾼 둘, 아이였다가 이제 새끼일꾼으로 첫 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준비되고 있는 줄 몰랐다.

  오랫동안 이런 큰 청소들을 해온 이들이 대단하다.

- 일정 준비에 손을 보탠 뒷배는 열 살에 아이로 와서 서른 살 청년이 되는 동안

  여름과 겨울 뿐 아니라 젊은 날의 적지 않은 날을 물꼬에서 보내기도 했다.

- 대학 때 품앗이로 와서 혼인을 하고 그들의 아이가 자라 첫째가 계자를 오고

  아직 유아반인 둘째가 딸려와 밥바라지를 한다.

- 군 복무 중인데, 휴가를 내서 며칠이라도 뒷배로 합류하기로 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한다, 기꺼이 시간과 손발을 내서.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것이 가능하네! 그것도 즐겁게 말이다.

모임을 끝낸 한 밤, 힘들지만 뿌듯했다고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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