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계자 여는 날, 8월 8일 달날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5.09.06 15:34:00

106 계자 여는 날, 8월 8일 달날

< 논밭살이 >

아이 마흔 넷에 어른 열일곱(새끼일꾼 하나 더해)이 함께합니다.
아이들이 들어오고,
물꼬의 동화 속 금고 이야기와
물꼬가 꿈꾸고 이루려는 세상,
물꼬에서 배우고 나누는 것들에 대한 안내가 있었지요.

빈 시간들을 채우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정작 속틀(시간표/일정표) 위에 얹힌 시간보다 귀할 때가 더 많지요.
아이들은 감나무 잎이 되었다가 소나무 가지가 되어 운동장 풍경을 이루기도 하고
공과 뒤엉켰다가 벌레들 친구가 되었다가 강아지랑 씨름하다가
더러는 숨쉬는 방으로 가서 낮게 도란거리거나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논밭살이'가 오늘의 큰 줄기입니다.
미리 샘들이 이른 아침 산책하며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들을 짚어놓았더라지요.
학교 둘레의 상설학교 아이들과 키워내는 것들을 돌아보고
조금 먼, 학교가 부치고 있는 논밭에서 자라는 것들과 인사도 나눈 뒤
모둠마다 일을 나눠 꼼지락거렸습니다.

한 모둠은 논두렁을 맨발로 오가네요.
아이들은, 물꼬 논에서 이제 제 일을 끝낸, 그동안 풀을 잡아먹고 있던,
우렁이들을 건져 올렸습니다,
그 우렁이 된장에 넣어먹자고.
물론 진흙 밭에 발 빠뜨려 했겠지요.
진흙 속으로 미끄러지던 발의 느낌들이 부드러운 햇살 같았다 전해왔더이다.

저 건너 달골에 복숭아를 따러 간 모둠도 있네요.
후식으로 먹으려지요,
통조림으로 두고두고 쟁여먹기도 할 테고.
달골 오름길, 아이들은 개구리와 잠자리에 더 마음을 팔았더랍니다.
오고가는 그 길이 다 놀이터지요.

어느 모둠은 가마솥방에서 콩을 가렸습니다.
물꼬생태공동체에서 상설학교 아이들이 지어낸 농사지요.
팥빙수도 해먹고 콩국수도 해먹을 양입니다.
돋보기 쓴 할머니마냥 머리 박고 벌레 먹은 것들을 꾸역꾸역 가리고 있습니다.

옥수수밭에도 들어갔네요.
간식으로 쪄낼 거지요.
바쁜 학교 일정에 손이 닿지 않아 아예 수염이 말라붙어버린,
저 혼자 너무 익어버린 옥수수에 안타까워도 합니다.
돌려가며 구석구석 놓친 것이 없다 싶자
콘티 가득 담아 가마솥방으로 들어가네요.

고구마 밭에선 데쳐서 반찬으로 쓰일 고구마순을 땁니다.
솎아 따내서 잎 떼고 껍질 벗겨 다듬어서는
부엌으로 넘깁디다.

일을 마치고 땀에 절여 마지막엔 모두 계곡물로 뛰어들었더라지요,
누구랄 것 없이 모다.

저녁이야 손말로 한데모임으로 전래놀이로 춤으로 넘치는 노래로 그득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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