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 폭염경보,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마시기 등 건강에 유의하’라는

응급경보 문자가 들어옵니다.

그때 우리들은 산에 들어가고 있었지요.

‘오후 17:00 영동군 산사태 주의보 발령.

기후정보를 확인해주시고 입산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경보문자가 다시 들어왔을 때, 우리는 산을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샘들이 모여 김밥을 쌌습니다.

채성이도 그 속에 있었습니다.

이 친구 이미 새끼일꾼 노릇을 하더란 말입니다.

아침 잠이 없어 보이는 준영이도 곧 한 자리를 차지하고 김밥을 맙니다.

곧 아이들을 깨울 량이지요.

샘들은 간밤에 구급약품에서부터 아이들 여벌 옷, 화장지며들을 넣은 가방에

바로 매고 갈 수 있도록 번호를 붙여 늘여놓았습니다.


버스 시간에 맞춰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 산오름이 있는 아침인데도

현승이의 생일잔치를 했지요.

“나는 예쁘다/나는 귀하다/ 나는 기쁘다/ 태어나서 고맙다!”

화목샘의 피아노 반주와 세인샘의 비올라 연주에

아이들이 모두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 노래’를 세 차례나 불러주었고,

초를 사이에 두고 모시송편과 콩백설기 위로

나리꽃과 배롱꽃이 핀 떡 쟁반이 나왔더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마지막 정상 부근을 빼고) 숲 그늘이 깊은 민주지산(1,242m)은

그래서 여름산행에 더할 나위 없이 그만인 곳입니다.

1998년 4월 1일 갑자기 내린 봄눈에 특전사 여섯도 삼켰던 산은

그래서 늘 우리에게 더 단단히 마음을 먹게 합니다.

대해 골짝 들머리까지 2km를 걸어 내려가

산 아랫마을 물한리로 들어가는 버스에 오르지요.

“얼마나 가야 해요?”

묻고 또 물으며 잘도 따라온 인서도 무사히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며칠 내내 에너지 넘치던 수범, 바람 빠진 풍선 같습니다.

버스 맨 뒷좌석 한가운데 앉은 그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휘향샘이 앞에 앉은 현규 더러 살펴 달라 부탁했더니

혹시 동생이 떨어지지 않을까 건너편 좌석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을 거의 뻗어 수범을 막아주고 있는 현규.


10여 분 뒤 물한계곡 주차장에 부려진 아이들과

산 안내판 앞에서 어느 길로 어떻게 오를 지부터 의논했지요.

힘이 바닥난 수범과 배앓이를 하는 서윤을 도은 형님 편에 붙여

다시 돌아 나가는 버스에 태웠습니다.

헐목 버스정류장에서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윤실샘이

물꼬까지 그들을 실어 날랐지요.


산은 산에 사는 존재들의 집,

우리는 예의를 지키며 산을 오를 것입니다.

이 산을 방문한 또 다른 손님들과 서로 알은 체도 할 테지요.

오늘은 어떤 산이 우리 앞에 놓일지 이제 들어가 볼까요?

지점마다 파묻어놓은 사탕이,

또 골이 깊어 스민 이야기도 많은 골짝에서

안내자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이

다음 걸음을 가게도 할 겝니다.

“시작지점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맨 앞은 저, 저보다 먼저 가면 우리가 먹을 초코파이가 사라지구요,

맨 뒤의 하다샘보다 뒤에 오면 김밥이 사라집니다.

그런 마술을 보고 싶으면 뭐, 그리 하시든지~”

안전망 안에 있어야 한다고 살짝 엄포도 놓지요.


계곡을 끼고 올라 산에 들어섭니다.

이동식 화장실이 있는 마지막 지점이 우리들에게는 ‘시작점’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더는 준비한 화장실이 없으니

널린 화장실을 보게 될 테지요; 나무 뒤, 풀 섶, 언덕 너머...

“혼자 볼일 보러 간 사이 우리가 이동해버릴 수도 있으니

꼭 가까이 있는 샘한테 알려주고 사라지시기로~”

그리고 쓴 화장지를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도 일러줍니다.

이번 산오름에 함께하는 옛이야기도 그곳에서 들려주기 시작하지요.

“3년 가뭄에 돌이와 어머니한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다음 이야기는 다음 지점에서!

사탕도 쥐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형원이자 자꾸 처지면 혜윤샘이 상기시켜주지요.

“앞에 간식 있어!”

그러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형원, 벌써 저만치 구비를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세영과 승연이도 퍽 힘들어했지만

혜윤샘이며 보태주는 말에 또 힘을 냈습니다.

채성이요, 맨 뒤에서 매달리다시피 그를 밀며 끌며 올랐던 희중샘인데,

이번에는 하다샘이 그 자리를 맡고 있군요.

못 가겠단 말은 절대 않고 그예 올라갑니다.

저 아이에게 또 이 산오름을 가능케 하는 건 무엇일까요?

그 힘듦 속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다이어트용 모래주머니라 생각하세요, 하다샘.”

외려 샘들을 격려하며 가는 채성이.

장염 증세를 보이던 태희샘, 산오름 기회를 놓칠 수는 없노라며 기어이 올라

헤윤샘 하다샘과 뒤에서 우리를 받치며 오르고 있습니다.


물꼬에서 배운 노래들을 산이 떠나가라 부르며 오르고들 있었습니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는, 기운도 좋은 아이들입니다.

“샘, 우리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기 해요.”

유주는 이야기 주머니를 여러 개 가지고 있습니다.

똥 이야기, 물꼬 이야기, 집 이야기, 온갖 이야기와 사람들이 나옵니다.

곁의 휘향샘, 그래서 힘이 덜 들더라지요.

내가 힘든 것을 저 아이가 덜어주는구나 싶더라지요.


1지점, 1.5지점, 그리고 물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인 2지점을 지나

능선에 발을 올리는 3지점에 이릅니다.

길을 잘 정비해놓아 예전보다 오르기가 수월하였습니다.

우리가 오지 않았던 2년 사이의 변화였지요.

그렇다고 긴 길이 짧아진 것은 아니었다마다요.

지리할 수 있을 길이건만 걷고 또 걷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것도 지저귐을 멈추지 않고 말입니다.

먼저 이른 이들이 올라오고 있는 이들을 향해 외칩니다.

“다왔어!”

“애썼어!”

“힘내!”

하늘이 무거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길을 접어야 할 수도 있을 겝니다.

산 아래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는 전갈이 닿았습니다.

배앓이로 산을 오지 못했던 서윤이는 소나기가 내리자

내내 산에 들어간 친구들을 걱정했다 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아이들이 거의 다 도착하자 서서히 하늘이 열리더니 구름을 떼어내고 있었지요.

“구름아, 고마워~”

고개를 한껏 젖히며 유주가 말했습니다.


이제 150미터의 날선 벽만 오르면 정상입니다.

발이 삔 승연이가 한 발도 못 움직이겠다 합니다.

그러면 또 다음에 와서 오르면 되지요.

나머지는 꼭대기를 찍고 와 도시락을 먹기로 합니다.

밧줄을 잡고 마지막 몇 걸음을 오르자 바위산이 우뚝 서 있습니다,

무방비로 엉거주춤 선 듯한, 혹은 뜬금없는 말인 양.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신념처럼 견고하게 서 있는 봉우리입니다.

우리가 주변 가장 높은 곳에 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그였지요.

정상에서도 구름 낀 산만 보다 내려오는가,

이 높은 데까지 올라왔는데 얼마나 아쉬운 일일 것인가 안타까움 일더니

웬걸, 짠 하고 하늘이 더 크게 열렸습니다.

발아래 젖은 계곡과 멀리 개미 같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지요.

오른 자만이 만날 수 있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이런 것도 기적이라 할 만하지요.

비가 쏟아진다고 물꼬에 남은 이들이 걱정하며 산으로 문자를 보냈더랬는데,

우린 말짱하게 정상 표지석까지 밟고 있습니다.

산을 올랐던 다른 어른들이

도대체 어디서 온 이 어린 아이들이 이리 높은 산에 있냐며 감탄들 하였습니다.

아이들 어깨가 한껏 올랐갔다마다요.

일곱 살 루오도 거기 있었습니다!

샘들 손을 빌리지도 않고 마지막 가파른 길을 한 쪽의 밧줄에 의지해 오른 그입니다.

마지막 150미터에서 막판 힘을 내야하는 샘들에게 또 언니 오빠들에게

그 아이는 몸으로 응원해주고 있었더랬습니다.

이 성취의 경험, 성공의 경험이 아이 자신에게 또 다른 힘을 불러낼 테지요.


다시 능선으로 내려서서 낮밥을 먹습니다; 물꼬 김밥.

먹어도 먹어도 손이 가는.

오이와 물과 초코파이도 나오지요.

가끔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물꼬김밥을 싸 달라 한답니다.

어머님들이 묻지요, 재료에 대해.

볶은 묵은지에 멸치볶음을 더한 것, 가끔 견과류도 있고.

그런데 알려준 대로 하는데도 맛이 없다 합니다.

그럼요, 그 맛이 안날 밖에요.

그건 큰 산을 하나 넘어야만 나는 맛일 테니까요.


이제 돌아가야지요.

맨 뒤 채성이는 화목샘이랑 길을 잡습니다.

채성이도 분명 최선을 다하는 것일 텐데 더 잘하라 하는 것이 정말 옳은가

내적 갈등이 일기도 하더라나요.

하지만 낮 5시 버스를 놓치면 저녁 7시 버스를 타야 하니까요.

채성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걷습니다, 다만 더딜 뿐.

그것이 타인에게는 용기로 갑니다.

나의 애씀이 타인을 북돋우는 사람살이!

지윤샘이랑 나란히 내려온 하랑이,

“선생님이랑 이야기 해서 되게 금방 왔어요, 지윤샘!”

서로가 서로를 밀며 오르내린 산길이군요.


“앗!”

소나기입니다.

선두가 내를 건너는 1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입니다.

비는 점점 굵어지고, 아직 뒤쪽 사람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 기세라면 계곡물이 금세 불어날 것입니다.

그 전에 모두가 안전하게 건너야 하는데...

큰 나무 아래 모여보지만 비를 피하기는 어림없습니다.

벌써 앞을 가리는 빗줄기이지요.

아이들을 세어 보지요; 열다섯. 

아직 여섯의 아이와 샘들 몇은 저 뒤에 있습니다.

샘 둘을 남겨 내려오는 이들을 맞게 하고 나머지들은 산 아래로 서둘러 움직이기로 합니다.

만일의 경우, 앞 패를 안전한 곳에 먼저 자리를 잡아주고

뒷 패를 안내하러 산을 다시 거슬러 올라야할 겝니다.


그런데, 또 이 얼마나 절묘한 순간이던가요.

하다샘이 맨 앞에서, 그리고 옥영경이 맨 뒤에서 살랑살랑 내려오려던 길,

어느 순간 다시 올라갈 때처럼 차례를 바꾼 것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전체 안내자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어떤 결정을 빨리할 수 있도록 위치가 적절하게 바뀌었던 것.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 아래서 또 한 번 놀라웠던 우리들의 기적!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내려...’(혜윤샘)오면서도

아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집트 여행을 너무 기다리는 지용이의 꿈도 알게 되고,

도시가 좋은 준영과 그래도 시골이 지낼 만하다는 형욱이의 특징도 듣고,

형욱이와 도윤이가 주고받는 넘치는 그리스 로마신화도 흘러다닙니다.

안에서 만나지 못했던 이들이 서로 만나고,

안에서 보인 것과는 다른 면을 또한 만나고,

새로운 인연들이 깊어지고...


산 아래 갈림길 앞에서 우리 잠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모두가 비를 피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주어야 하는데...

내리 꽂히는 빗속에서 세인샘과 휘향샘과 태희샘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턱, 마음이 놓입니다. 아, 나의 동지들!

그 순간 아직은 어린(제게는 말이지요) 샘들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먼저 달려 내려옵니다.

아이들이 젖은 몸을 수습할 공간은 어디일 것인가,

몇 가지 가능성을 따지면서 빗속을 달렸습니다.


그때 말이지요, 산 아래 절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겠는지.

작은 절에 인기척은 없었으나 주지 스님과 이웃으로 오간 인연,

나중 일은 또 나중일이지요.

절과 교회들은 이웃에게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 믿습니다.

대웅전도 족할 것이나 역시 요사채가 아이들에게 더 편할 테지요.

먼저 들어가 모두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준비하고,

욕실에서 수건도 꺼내고 따뜻한 물과 꿀차를 준비합니다.

우리들 가방의 수건은 이미 샘들이 꺼내서 아이들과 뒤집어쓰고 내려왔지요.


그런데, 승연이가 앞 패에 있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맨 뒤에서 오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만일 우리가 아이 하나를 놓쳤다면... 최악의 상황까지 머리에 그립니다.

산을 뛰어올라야겠지요.

하지만 아무렴 우리 샘들이 그리 허술할라구요.

마음이 너무 앞서지 않게 살피며, 천천히 다음 소식을 기다리는 속에

먼저 닿기 시작한 아이들을 안으로 들였습니다.

(뒷패에 승연이 있었으나 잠시 한 샘의 착각에서 일어난 불안이었던 것.

날이 시커매지면서 빗줄기 굵어지니 긴장이 불러낸 혼돈이었던.

그런데 잠시 전화가 먹통이어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아 

가슴 덜컥 내려앉기도 한 시간도 있었지요.)


“준비 다했다고 하더니 우산도 준비 안 하고...”

준영이가 퍽 힘들었던 모양, 체력이 바닥날 때가 되었지요, 오달지게 놀랐던 모양입니다.

눈물이 살짝 보였지요.

“그렇게 준비하자면 집을 통째 메고 산에 올라야지!

우리의 준비란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해결할 준비라는 의미입니다.”

만일을 대비해 1회용 우비도 가방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우비가 외려 걸음을 불편케 하기도 하는 줄 압니다.

겨울산이었더라면 또 다른 결정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것.

차라리 비를 맞으며 서둘러 내려오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판단한.

“도둑 아니예요? 무단가택침입이에요!”


준영이와 현준이가 선뜻 들어오지 않고 현관을 서성이며 걱정이 많습니다.

만약에 이 일로 경찰에 끌려가더라도 자기들은 죄가 없다는 둥 말이 깁니다.

아, 어쩌면 세월호의 후유증은 이렇게 일상에 남은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만히 있으라 한 어른들의 말의 결과에 어찌 되었던가요.

우리 어른들이 지키지 못한 아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던가요.

물꼬를 다녀간 대부분은 다행하게도 안내자를 신뢰하며 따르고 있었습니다만...

“여러분, 어른은, 선생은 그런 사람들입니다,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

 몸이 가루가 되어도 아이들을 구하는 사람!

 우리는, 샘들은 그렇게 할 것입니다!”

말을 하면서, 들으면서 서로 먹먹해진 샘들이었습니다.

비로소 아이들이 편히 몸을 닦고 차를 마셨습니다.

(* 우리가 쓴 수건과 꿀은 며칠 뒤

 상자도 풀지 않은 새 수건 다섯과 꿀 한 통으로 주지 스님께 전해졌습니다!

 “스님, 남는 장사 하신 거여요!”)


버스 시간이 다가오는데, 지금부터 나서면 아슬아슬 탈 수도 있는데,

다시 판단을 요하는 선택 앞에 섭니다.

자,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버스를 보내기로 합니다.

그때 뒷패들이 절집에 닿았습니다.

샘들이 수건을 둘러주고 옷도 갈아입히자(물꼬 옷방에서 챙겨간 여벌옷들)

이제 여유가 좀 생긴 아이들이 샘들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꼴이 말이 아닌 샘들이었지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두 시간 뒤에야 마지막 버스가 있습니다.

하다샘이 다가와 의견을 내놓습니다.

물꼬 자가용으로 아이들을 실어나르자 합니다.

일이 될라고 마침 밖에 일보러 나갔던 윤실샘이 물꼬로 들어오고,

인근에서 일하던 준한샘이 들렀네요.

하다샘이 하나를 끌고 그렇게 차 세 대를 움직일 수 있었지요.

다른 계자라면 달랑 하나 있을 차인데 말입니다.

정환샘은 비가 많이 오는 최악의 상황에서 별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며

잠시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더라나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차를 사보리라.

언젠가는 학교 버스를 물꼬 운동장에 세워보는 것도...’(정환샘)


버스를 잘 놓친 셈입니다.

버스를 타더라도 젖은 몸으로 헐목에서 대해리까지 다시 2km를 걸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애고 어른이고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샘들의 차를 타고 물꼬까지 들어가게 된 게지요.

그렇게 또 특별한 164 계자가 되었던 ‘거디었다’, 그렇게 문장이 완성되었더랍니다.

‘정말 특별한 계자라고 생각이 들었다.’(태희샘)

특별하게 시작했던 164 계자이더니 마지막까지 그러한.

아이들은 운도 좋지요, 학교 마당까지 차를 타고 입성!

내내 노래 부르던 팥빙수가 기다리고 있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오늘 팥빙수 준비하시고 바로 저녁 준비하시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현성샘)


자랑스러운 아이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산으로 갔을까요, 한데모임에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산 아래서도 할 것 많고 학교에서만도 할 수 있는 것 많은데

굳이 산으로 간 까닭이 무엇인가, 산에 들어갈 때 내 준 숙제였습니다.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넘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하루인데 

그 하루를 다 쏟아 산으로 왜 갔더래나...

더위를 피해, 건강을 위해, 협력과 협동을 배우려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라고, ...

정답을 내지 못한 아이들이 없었지요.

(몸이 불편해 남은 아이 셋은 그들대로 쉬고 그림도 그리고 놀며 보냈습니다.)

아이들이라고 어려운 일이 없을까요,

그런 일을 만나거들랑 우리가 오늘 거뜬히 넘은 산처럼 그리 너끈히 넘자,

혼자는 쉽지 않지만 어깨 겯는다면 뭐가 어려울까,

그리 같이 가자, 우리, 함께,

그렇게 돌아본 산오름이었습니다.

산오름은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과정입니다.

‘제가 물꼬에 오기 전 제일 기대했던 게 산오름이었습니다.

초등 때 계자를 다녀가면서 가장 힘든 날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옛날에는 1지점에서 사탕 7개(?) 정도를 받고 내내 아껴두었던,

사탕 하나도 소중히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3지점에서는 00야~ 어서와~ 했던 것도 선명합니다.

사실 기대했던 만큼 주니도 하고 왔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에겐 너무 ~ 높은, 힘든 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옛날에 비해 훨씬 수월한 것 같고, 짧은 느낌이었습니다...’(세인샘)

‘특별한 164 계자에 걸맞는 산오름이었다.’(화목샘)

정말 그랬네요.

희중샘이 뒤를 받치는 산오름인데, 그의 빈자리를 화목샘과 하다샘이 채웠습니다.

‘개인적인 산오름의 느낌은 재충전이었다.

기분 좋은 힘듦을 겪고 산행을 끝나고 나니 평소와 다르게 너무 개운했다.

지쳐서 퍼지지 않았고 오히려 에너지가 계속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화목샘)

부디 어려운 시간에 큰 산을 설컹 넘었던 경험을 기억하시라!

여원이 형님, 자신의 실수인 것도 아닌데 비를 맞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했습니다.

그런 마음이 이곳 샘들의 마음,

고마운 그 마음들입니다.


큰 산을 하나 다녀온 길,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서 고단했던 하루,

이제 쉬러 가는 걸까요?

아니요. 우리의 일정은 아직도 남았습니다.

강강술래 하러 고래방에 모였지요.

목감기를 앓는데도 신명에 목을 한껏 써서 그예 목이 잠겨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메워주고 있네요.

‘역시 물꼬는 강강술래. 강강술래를 하러 물꼬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오름 이후에 하는 강강술래여서 지치고 힘들 수도 있었던 강강술래였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고 아이들의 체력에 다시 한 번 놀랬다.’(태희샘)

책 없이도 노래 부르는 아이들에 놀랐다는 현성샘.

‘한데모임 때도 항상 하는 것이지만

다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노래를 부르는 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되는 느낌...’(근영샘)


이제 하루가 끝났을까요?

아니요, 이제 마당으로 갔지요.

눈 떠서부터 감을 때까지 온전히 여기서 사는 하루는 그래서 길고,

언제 날이 다 갔는가 싶게 계자는 짧습니다.

강강술래를 하고 나오자

젖어 있는 마당이나 모닥불이 타올랐습니다,

여느 때라면 땅이 젖어 안에서 촛불잔치로 대신할 법하지만.

부엌에서는 감자를 살짝 쪄내 그 불 속에 넣고.

정말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샘들입니다.

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이곳에서 마련한 모든 걸 주고 싶어 하는.

장작놀이를 하고팠던 아이들, 하지요, 했습니다.

그예 학교아저씨를 비롯 남자샘들이 피운 불가에

둘러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감자는 익어가구요, 어느새 하늘도 말개졌구요,

노래가 땅에 떨어질세라 모둠에서 모둠이 이어가는 노래가 멧골을 채운 밤이었습니다.

장작의 불싸라기가 저기 저 하늘까지 오르는데요,

아, 장관입니다.


지난 닷새를 돌아보지요. 마음들을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쉽고 아쉽다는 아이들.

여덟 살 정인이가 겨울에 다시 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했고,

아홉 살 지율이가 그랬네요, 자라서 밥바라지 보조를 하겠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정환샘과 화목샘이 준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겝니다.

그들의 밥을 다시 생각합니다.

넘치는 사랑은 둘째 치고

손이 많은 가는 요리들도 거침없이 나왔던 밥상을 받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긴 닷새였습니다.


그게 끝이었을까요? 천만에.

사그라드는 모닥불에서 잘 익은 감자를 꺼내 먹거나

온 운동장을 본관을 뛰어다니며 재로 서로를 화장시켜주며 인디언놀이를 이어갔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그래, 그래, 자정이 지난들 어떠랴, 샘들도 아이들도 얼마다 뛰었던지요.


샘들 하루재기도 끝난 야삼경도 지난 한밤,

정환샘과 하다샘이 교무실로 건너왔습니다.

계자는 물꼬의 일상 가운데 그저 하나,

계자만 이 여름에 있는 게 아니라 물꼬의 일상이 또한 함께 돌아가지요.

어제부터 인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장샘이 하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회의실 책상 둘과 과학실 책상 대여섯 개를 치워낼 일이 생겼는데,

너무 새 거라 폐기처분하기 아깝다는,

그런 일이 있으면 꼭 물꼬에 먼저 전화부터 넣어보는.

하얀샘이 가서 살펴보고 아무래도 다 실어와야겠더라고.

물꼬에 쓰고 나머지는 다른 공간에 주기로.

샘들이 회의실 책상 하나는 교무실로 넣어주었습니다.

그러니 컴퓨터며 팩스며 사무기기들 전선을 다 다시 정리해야 했지요.

그걸 정리하러 고단키도 그 시간 들어와 준 그네였습니다.

물꼬의 샘들이 이렇습니다요...


내일 집에 간다고 좋아하는 루오,

“물꼬 떠나서 아쉽지 않아?”

지윤샘이 물었습니다.

겨울에 또 올 거라 아쉽지 않다 했다나요.

‘아이들이 물꼬의 다음을 당연시 기약하는 것 같아 고마웠다.’(지윤샘)


마지막 밤이 짧고도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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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0 산마을 책방➀ 닫는 날, 2019. 8.18.해날. 맑음 new 옥영경 2019-09-23 6
4989 산마을 책방➀ 여는 날, 2019. 8.17.흙날. 맑음 옥영경 2019-09-19 33
4988 2019. 8.16.쇠날. 흐림 / 그대에게 옥영경 2019-09-19 28
4987 2019. 8.15.나무날. 갬 옥영경 2019-09-19 25
4986 2019. 8.14.물날. 하늘의 반은 먹구름을 인, 그리고 자정부터 시작하는 비 / 164 계자 부모님들과 통화 중 옥영경 2019-09-19 28
4985 2019. 8.13.불날. 맑음 / <내 삶은 내가 살게...> 리뷰 몇 읽다 옥영경 2019-09-19 20
4984 2019. 8.12.달날. 흐릿 / 생도 갖가지, 쉼도 갖가지, 그리고 하나 더! 옥영경 2019-09-17 31
4983 2019. 8.11.해날. 맑음 / 물호스를 깁다가 옥영경 2019-09-17 29
4982 2019. 8.10.흙날. 맑음 / 복사 통조림 옥영경 2019-09-17 32
4981 2019 여름, 164 계자(2019. 8. 4~9) 갈무리글 옥영경 2019-09-11 86
4980 164 계자 닫는날, 2019. 8. 9.쇠날. 맑음 / 빛나는 기억이 우리를 밀고 간다 옥영경 2019-09-11 70
» 164 계자 닷샛날, 2019. 8. 8.나무날. 소나기 / 민주지산(1,242m) 산오름 옥영경 2019-09-10 77
4978 164 계자 나흗날, 2019. 8. 7.물날. 갬 / 걸으면서 열고 걸으면서 닫았다 옥영경 2019-09-08 80
4977 164 계자 사흗날, 2019. 8. 6.불날. 흐려가는 하늘 / 자유는 어떤 바탕에서 힘을 발하는가 옥영경 2019-08-31 114
4976 164 계자 이튿날, 2019. 8. 5.달날. 맑음 /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옥영경 2019-08-31 98
4975 164 계자 여는 날, 2019. 8. 4.해날. 맑음 / 2년을 넘어 다시 피는 계자 옥영경 2019-08-30 149
4974 2019. 8. 3.흙날. 맑음 / 164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9-08-22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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