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15.나무날. 갬

조회 수 507 추천 수 0 2019.09.19 10:47:57


자정부터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에게 자리를 내주고

산은 안개구름 이불을 개고 있었다.

산에 사는 벌레들의 대합창 향연이 멧골을 채웠다.


이웃 절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난 청계 닫는 날 행사를 끝내고 과일이며 나눠주러 오셨던 스님에게

이제야 인사를 넣다.

서로 뜨거운 여름을 살았을 테지.


사람들이 쓰지 않을 곳이므로 외려 청소를 미룰 수도 있는 교무실이지만

바쁠 땐 빼고 갈지라도

시간이 좀 허용한다면 전체의 중심이 되는 곳,

오후 내내 교무실을 청소했다.

비로소 교무실에 있던 물건들이 모둠방과 수행방으로 갔으므로.

햇발동 더그매에 있는 카펫 둘도 학교로 내리고,

사이집의 빈백 셋도 역시 학교로 내린다.

뒹굴기에 좋으니 산마을 책방에서 잘 쓰일 물건들이겠다.


계자에 다녀간 부모님들과 연락 중.

한 가정 아이는, 여러 해 본 그 아이는, 상담을 할까 고민해오던 바,

그렇다고 어디서 무슨 상담부터 시작해야는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참,

올 9월에 물꼬에서 진단을 해보기로 한다.

검사진단지라는 것에 사람이 다 앉혀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렇게 규정하고 기계적으로 치료과정을 밟을 것만도 아닌.

두멧길을 같이 걷고 먹고 자면서 아이랑 이야기를 해보고,

아이의 배경인 부모와도 따뜻하게 얘기 나누다 보면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괜찮을 것 같지 않은, 그러나 배우들 이름만으로도 후회는 않을 영화를

그저 쉬자고 보다가 자세를 고치고 몰입해서 본 영화 <배심원들>(각본 감독 홍승완).

2008년 첫 국민참여재판이 모티브.

배심원제도라고 하지만

증인, 증거, 피고인의 자백 모두 확보 되어 있는 속에 이미 전체 판이 다 짜여져

그림 좋게 뽑아질 상황,

그런데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는 돌발이 생기고

배심원들 가운데서 의구가 시작된다.

법정영화에 법보다 둘러싼 이야기가 더 많은 이야기들과는 달리

법정에서 사건을 둘러싸고 한발씩 나아가는 영화.

“법은 왜 있는가?

사람을 처벌하지 않도록, 아무런 기준도 없이 처벌하지 않도록 법이 있다.”

사람의 일을 무 자르듯 자를 게 아니다, 영화제작노트에선가 봤던.

진심을 다해 애쓰는 오합지졸들, 어느 감상 제목이 그랬다.

허술하고 비전문적이지만 선한 보통 사람들의 선의지가 빛을 발한다.

영화를 끌어가는 큰 축은 첫 재판, 첫 마음, 진심, 청년으로 이어지는 결이다.

결국 판사는 써 왔던 판결문과 달리 무죄로 판결을 내린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말이다.

별점이야 어떻고 평론가 평은 어째도

‘사람의 마음’을 쌓아가는 좋은 영화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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