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계자 사흘째, 8월 10일 물날 갬

조회 수 1107 추천 수 0 2005.09.06 15:35:00

106 계자 사흘째, 8월 10일 물날 갬

< 축구 >

한데모임에서 낮 동안 서로 달리 보냈던 시간들을 펼쳐보였지요.
버려진 물건들로 만든 집이며 인형이며, 썬글라스, 안경, 모래악기들이 등장하고,
페인트칠해진 예쁜 팻말도 나옵니다.
뭐나 다 좋아 교실을 고르지 못한 아이들은 '다 좋다'를 이루고
책방에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자료를 뒤적인 뒤 그들을 만날 방법을 찾더라니
저녁 한데모임에 정말 사슴벌레를 데려왔지요.
물론 곧 집으로 돌려보내주었답니다.
놀자놀자에서 새총을 만들어 사냥을 다녀온 얘기며
(돌아온 전사들처럼 웃통을 벗고 대문을 들어서던 그들!)
꽃과 풀로 만들어진 액자도 우르르 들고 나와 자랑입디다.

빗속에서도 하던 축구입니다.
"축구해요!"
"해. 물꼬에도 물꼬축구라는 거 있는데..."
"아니요, 진짜 축구요."
"해, 하고픈 사람들끼리."
"아니요, 모두 다요."
한데모임에서 하기로 결정을 하고,
어른들이 한 밤 하루재기에서 시간을 받은 게 어제였지요.
열린교실과 모둠끼리 그림놀이를 끝내고 온 아이들이
운동장에 길게 두 줄로 늘어섰습니다.
그리하야 예정에 없던 축구를 했더라지요.
이게 또 계절학교의 큰 장점입니다,
일정과 일정 사이, 혹은 날씨라든가 아이들의 상황이 빚어내는 즉흥의 시간이
정해진 프로그램들보다 더한 어떤 걸 던져줄 때가 많지요.
어른도 아이도 기를 쓰고 뛰었더랍니다.
워낙에 월드컵 뒤로 온 나라가 축구열풍에 빠진 탓도 있겠지만
학교를 둘러친 풍경이 흥을 더하다마다요.
잔디구장이 부럽잖지요.
아무리 설명해도 규칙을 이해 못한 현빈이 성빈이는
아이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공을 좇아다니고,
둔할 것 같은 석현이 웬걸, 어찌나 반응이 빠른지,
엄마 보고파
찔찔 짜던 재우(형이 저 노느라 소홀한 게 더 큰 까닭인 줄 우린 다 알지요)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웃음 범벅 얼굴입니다.

다시 한 밤,
못다 푼 몸을 대동놀이로 고래방이 내려앉을 듯 뛰었더라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74 2022. 5.21.흙날. 맑음 / 5월 집중수행 1차 끝, 2차 시작 옥영경 2022-06-19 340
673 2022. 5.22.해날. 맑음 / 설악산행 첫날 옥영경 2022-06-19 391
672 2022. 5.23.달날. 맑음 / 설악산행 이틀째, 공룡능선 옥영경 2022-06-19 527
671 2022. 5.24.불날. 맑음 / 설악산행 사흘째, 오색 옥영경 2022-06-24 337
670 2022. 5.25.물날. 살짝 흐리다 밤비 / 설악산행 나흘째 옥영경 2022-06-24 326
669 2022. 5.26.나무날. 맑음 / 설악산행 닷새째 옥영경 2022-06-24 322
668 2022. 5.2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321
667 2022. 5.28.흙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318
666 2022. 5.29.해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326
665 2022. 5.30.달날. 민달팽이처럼 소문 안 나는 걸음으로 다녀간 비 옥영경 2022-06-24 326
664 2022. 5.31.불날. 맑음 옥영경 2022-06-25 395
663 2022. 6. 1.물날. 맑음 옥영경 2022-06-25 357
662 2022. 6.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2-06-25 328
661 2022. 6. 3.쇠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2-06-25 418
660 2022. 6. 4.흙날. 흐려가는 하늘 / ‘작은 약속을 위한 오직 한 걸음’ 옥영경 2022-07-06 363
659 2022. 6. 5.해날. 비 / 보은취회 닫는 날 옥영경 2022-07-06 363
658 2022. 6. 6.달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2-07-06 351
657 2022. 6. 7.불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22-07-06 338
656 2022. 6. 8.물날. 갬 / 이 노동이 허망하지 않을 수 있음은 옥영경 2022-07-06 382
655 2022. 6. 9.나무날. 낮 4시부터 소나기 40분 옥영경 2022-07-06 3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