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물꼬를 나서 당진에 이르렀다.

아침 10시부터 아이들의 자립과 자존감 향상을 위한 강연이 있었다.

자녀교육에세이 <내 삶은 내가 살게...> 출간 이후 첫 출강이었다.

스물예닐곱이 빼곡히 들어찬 작은 강의실이었다.

노인복지를 전공하는 젊은 친구들이 실습을 나왔다가 합류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한 마디 해줄 수 있다.”

주 대상자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었기에

혹여 지루할까 낚싯줄도 하나 드리우고.

한국 남성과 결혼한 캐나다 여성도 있었다.

오늘 우리가 정작 아이의 자존감이 아니라 우리 어른의 자존감을 말해야 하는 까닭,

아이의 자립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 것인가,

내 자존감을 어떻게 세울까,

내 아이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눈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들먹였다.

아이들이란 보고 배우는 존재,

그러니 우리 어른들이 잘 살아야지,

애들 뭐라 할 게 아니다.

내가 평화로워야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지,

내가 건강해야, 내 삶을 돌보아야 하는 이유다.

아이들이 가족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할 때

자립심도 길러지는 거다.

무엇이 있다고 세워지는 게 무슨 자존감이냐.

결국 자신의 가치관 문제이겠다.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좋은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겠지만

내 아이만 잘 키워서 될 일도 아니다.

우리 아이를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거기 있다.

그쯤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질의 응답시간,

어김없이 산골에 산 우리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아주 고립되지 않은 바에야 사회적 관계가 어디는 없는가,

엄마하고 맺는 관계를 통해서도 사회성은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랑 보낼 수 없는 제한된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한 엄마는 그예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열심히 사는 게 아이한테도 득이 되는 걸 오랜 세월 보았습니다.

같이 자는 것도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요.

엄마의 훈김은 그 밤에도 건너갑니다.”

당신 애 쓴다 위로했다.

마지막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드리웠던 낚싯줄을 건져주었더라.

“아,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방법?

간단합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되지요.”


당진까지 간 걸음 지인들을 만났고,

천주교인은 아니나 내포의 천주교 성지 몇 곳을 둘러보았다;

김대건 신부의 솔뫼성지, 합덕성지, 신리성지.

역사에 함께했던 이들의 발자국을 좇으며

신념을 지키는 이들을 생각했네.

신리성지의 순교미술관 꼭대기에서는

예수 철제상과 나란히 벽체에 누워 기울어지는 볕을 쪼이기도 하였다.

가장 낮은 자에게 하는 것이 당신께 하는 것이라 하였던가,

예수는 언제나 이 지상에 함께 있을 터.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왜목마을에 들러

만덕산에 올라 일몰을 보고 내려오다.


‘우리는 산마을에 책 읽으러 간다-산마을 책방’을 이 여름에 처음 띄웠다.

지난 주말 한 가정 다섯 식구가 다녀가고,

다음 일정 둘에 여러 가정이 신청을 하였네.

정성스럽게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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