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대화기법을 익힌다.

나름 부지런히, 딴엔 열심히.

그런데 우리는 나아졌는가, 아이랑 원활하게 대화하는가?

그저 우리는 의사소통기술 소비자에 불과했던 건 아닌가.

혹 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려하기보다

기술로만 접근하지는 않았는지.

사람과의 대화는 산수가 아니다.

행위 말고 더한 이야기가 있다.

학교 가기 싫어요,

이 문장은 단지 문장 하나가 아니라 수백 가지 함의를 지닐 수도 있다.

우리는 대화기술을 많이도 배우고 훈련 받지만,

결국 자기 방식으로 또 가르치고 만다.

내 변화가 있지 않으면 배운 기술이 무용하다.

공감은 공명을 통해 일어난다.

신분 혹은 역할을 내려놓고

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을 해야 상대를 만날 수 있다.

내 판단이 빠르면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아이를 어떻게 다룰까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그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우리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 노력하려는 연대가 필요한 것.

‘무엇을 가르칠까 보다 내가 어떤 존재로 있어주는가를 고민할 것!’

그러니까 자기탐색, 이해와 수용과 개방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거지.


서울에서 교사 연수가 이틀 있었다.

학업중단 예방 및 대안교육에 대한 마인드 함양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 했는데,

아쉬웠다.

피 흘리는 아이들이 먼저라며

서울에서 물꼬까지 차를 마시러 들어오는 어르신들과 한 약속을 미루기까지 하고 왔는데.

거의 30년 전 드라마학회에서 만났던 인연과 조우하기도 했고,

새로운 연도 더하는 기쁨은 있었다.

같은 모둠을 했던 교사 하나가 연수가 끝난 뒤

굳이 뒤따라 나와 제 동료들을 인사시켜주더라.

선한 사람들, 그 학교의 분위기가 읽혔다. 나도 그리 평화롭게 전달되었기를.

요새 물꼬 사람들이 만드는 분위기도 그에 다르게 않으리라.


연수가 끝나고 '서울로 7017'을 걸어 역으로 이동했다.

한 시대의 유물이 새 시대를 여는 현장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은 

오밀조밀 풀과 나무와 물이 들어선 사람의 길이 되어 있었고,

더 이상 대합실로 쓰이지 않는 옛 역사(문화역 서울 284)는 

과거를 기억하는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옛 역사에서 몇 해 전 인문학 강의 패널로 앉았던 적도 있었고나.

밤에는 황간의 한 종교시설에서 하는 음악회에도 들렀다.

어르신 한 분의 초대가 있었던 바 가곡을 듣고 돌아왔다.


내일은 이 여름 주말 두 번째 여는 산마을 책방이 있다.

달마다 네 번째 주말에 빈들모임과 책방이 번갈아 있을 수도 있는 학년도이려니 했지만

여름 계자 끝낸 뒤 세 차례의 주말만 올해는 해보기로 한다.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퍽 오랜시간 건너 그리웠던 소정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아이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좀 장만해둔 뒤 늦은 밤 가마솥방 불을 껐다.

아무래도 햇발동과 창고동 청소는 이른 아침에나 해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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