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계자 닷새째, 8월 12일 쇠날 썩 맑지는 않으나

조회 수 1127 추천 수 0 2005.09.06 15:37:00

106 계자 닷새째, 8월 12일 쇠날 썩 맑지는 않으나

< 산오름과 춤 >

결코 낮지 않은 산을 주마다 오르고 있는 물꼬네요.
다시 민주지산 앞에 섰습니다.
물한계곡이 시작되는 곳.
들머리에서 오름에 대한 전체 그림을 설명한 뒤
돌탑 쌓은 시작점에서 보기로 하였지요.
도착한 족족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며 벌써 목들이 마르답니다.
아름샘 앞으로 아이들이 섰네요.
"선생님, 사이다예요!"
사이다통이지요.
"진짜 사이다예요."
상욱이가 들고 와 내밀어요. 우유통이었으면 우유라고 주었겠지요.
"어!"
정말 사이다입니다, 사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장을 본 짐에 어찌어찌 들어왔겠거니 합니다.
물을 챙긴 이들은 냉동실에 있는 물들이 으레 물이겠거니 하고 가방에 넣었을 테고.
그렇게 한바탕 웃는 일로 산오름이 시작되었지요,
퍽이나 유쾌한 길이 될 것 같은 예감들을 가지고.

물소리가 천지를 채우는 계곡길 따라 오릅니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두어 차례 계곡을 가로지르다
1지점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계곡을 벗어나 오솔길이 이어질 겝니다.
키가 큰 나무들이 마치 덩굴처럼 엉켜 터널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래가 절로 나오지요, 길도 별 가파를 게 없으니.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들이 일터에서 돌아오며 부르는 노래 같았지요.

드디어 쪽새길이 끝납니다, 2지점이지요.
정상이 200미터도 남지 않은 곳이니 다 온 셈입니다.
일부러 2지점도 게다 둔 거구요.
아직도, 하는 순간 어, 하며 발견하는 꼭대기지요.
함성이 터져나오고,
밥부터 먹은 아이들이 산봉우리 곳곳 풀섶에 감춰진 보물을 찾아나섰습니다.
초코파이!
"여기는 낭떠러지라 없을 것 같아요."
"위험해서?"
무슨 과학수사원들같이 추리합니다.
어, 그런데 정말 잘도 찾아내는 거지요.
"봐, 풀 모양새가 좀 다르잖아?"
파이 무데기를 기어이 다 파내고야 말았더라지요.
없는 파이도 생겼을 정성들이었더이다.

다시 아래로 내려섭니다.
헨델과 그레텔의 이야기처럼 흘려놓은 초코파이 껍질이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누군가 올려두고 되가져가지 않은 음료수통을 앞서간 이들의 이정표라 여기기도 하며
먼저 내려 밟은 이들과의 진한 신뢰를 바탕으로 뜸뜸이 패를 이뤄 내려옵니다.
걸음에 여유가 좀 생기니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꺼내고
그리하야 숱한 사연과 말을 서로에게 남기며
어느새 가족이기나 한 것처럼 어깨 겯고 왔다지요.
먼저 이르른 녀석들은 계곡에 이미 몸을 던지고,
주차장에 닿아 줄줄이 복숭아를 입에 물고 또 물고
버스에 몸 잘 실어왔습니다.
흘목에서 걸어 들어오며 땀이 차자
다시 물꼬수영장으로 발길을 잡아
어느 녀석이랄 것 없이 온 몸 적셔 학교를 들어섰지요.
뭐 무용담과 영웅담이야 하늘을 솟다마다요.
아이고, 산이 1242미터이기 망정이지 1300미터만 됐더라도
우리는 밤을 새야 했을 걸요...

밤엔 초대 손님이 있었답니다.
김지선샘 곽상림샘 두 분(춤 바닥에서 이름깨나 드날리신다는 후문이...).
영동 읍내에서 물꼬 상설 아이들을 내내 가르쳐주고 계신 분들이지요.
마음 내서 물꼬를 도와주는 많은 손길들처럼
계자 아이들을 위해 언제 한 번 걸음해주마던 약속을 이리 지켜주셨네요.
레크댄스를 배워 강당을 돌고 또 돌았더랍니다.
남자 여자라고 내외하더니만
몇 마디로 설득을 하자 준형이부터 암시렁 않게 터억 하니 맞은 편 여자애 손을 잡자
분위기를 타고 모다 신나게 짝 바꿔가며 돌고 돌았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928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66
665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138
6651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793
6650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657
6649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09
6648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591
6647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567
6646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534
6645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14
6644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487
6643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4412
6642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4399
6641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365
6640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254
6639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3849
6638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31
6637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791
6636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27
6635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2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