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사과가 짖었다.

대해리 들어오는 낮 버스에서 내린 소정샘과 아이들이 걸어 들어왔다.

홀로 물꼬를 왔던 소정샘은 남편이 될 호성샘을 보냈고,

갓난쟁이 아이를 업은 언니를, 막내동생을, 그리고 부모님들 모시고 왔더라니

이제 훌쩍 자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벅차다.

2008년 깊이 따르던 스승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찾아와 한가위를 쇠고 갔던 그를 기억한다.

그해 성탄을 미루샘과 유설샘과 우리가 물꼬에서 함께 보냈더랬지.

계자에 함께했던 그도 떠오른다.

유학을 떠났던 미국에서 보내온 음반을 지금도 자주 꺼내 듣고,

하와이로 갔던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들고 온 커피향도 생각난다.

세상에! 십 년이 넘어 된 시간이었고나...

요 몇 해 간간이 소식만 전해오다 발걸음이 닿았다.

늘 물꼬를 아껴주어 고마운 사람이었다.


간밤, 하얀샘이 물꼬를 나서는데 차가 펑크가 나 있었더랬다.

짚어보니 엊그제 새벽 창대비 내리던 날의 낙석지대가 의심되는 바.

일단 차를 놓고 이곳 차를 끌고 나섰던 그다,

어차피 오늘 오전 와서 손을 보태기로 했기.

들어와 빈백도 내려주고 아침뜨樂 길만이라도 그니가 풀을 깎은 오후였다.


국수를 말아먹고,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고, 8월을 안은 바깥의 볕을 보았다.

우리의 주말이 꼭 책을 읽자고 모인 게 아닌 걸 안다.

우리는 만나고 싶었던 거다.

책을 읽고,

해먹을 타고 놀던 태율이와 라윤이가 마당에서 어른 일손도 도왔다.

모기에 물려 부은 목과 팔다리도 아랑곳 않고

풀을 한아름씩 안고 수레에 싣기도 했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두멧길로 밤마실을 나섰다가 아이들을 하나씩 들춰 업고 돌아오다.

반딧불이들이 길을 밝혀주었다.

한 사람이 산 세월을 듣는다.

그를 둘러싼 세상을 듣는다.

일곱 살이면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던 계자가

막상 내 아이가 일곱 살 되니 쉽지 않더란 고백도 듣는다.

물꼬에 일곱 살 아이를 보낸 부모들이 대단하다 싶더라고.

새삼 그 어린 것들 손을 덥썩 건네주던 학부모들을 생각했다.

‘어떤 소통기술 이전 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지, 아마.


마당에 모닥불도 피웠다.

밤이 밀려났다.

아이들이 달골 햇발동 더그메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어느새 잠에 든 아이들이었다.


아, 한밤 답메일을 넣다.

한 가정씩 들어와 쉬는 책방이 되겠고, 그것으로도 좋겠다 싶더니

이렇게 다정한 시간이라면 조금 더 사람들이 있어도 좋으련 하는 마음,

그래서 답변을 미루고 있던 가정에 오십사 기별 넣다.

세 번째 있을 책방이 이 여름의 끝 책방이고,

이 여름의 끝이란 2019학년도의 마지막 책방이란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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