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26.달날. 맑음

조회 수 34 추천 수 0 2019.10.10 16:31:00


어렵겠다, 부모 자리도 교사 자리도.

그래서 나는 일찍이 학부모 자리를 피했을 게다, 학령기 아동이 있었을 적.

이름이 좋아 홈스쿨링이었지...


오늘 한 학교에서 벌어진 갈등을 본다.

지난 쇠날 개학하며 모둠을 짰다고 한다.

하필 당일 한 아이가 체험학습을 떠나 없던 상황.

아이들이 저들끼리 짰고, 마지막 남은 한 자리가 그 아이 것이 되었는데,

문제는 그 아이의 모둠이 무난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나

하필 최악의 모둠이더라는 건데...

시험이 없는 대신 모둠수행평가가 중요한 6학년이라

부모도 아이도 모둠원의 역량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는데.

오늘 학교로 간 아이는 울고, 

엄마는 담임교사에게 항의하고, 아빠는 엄마의 말을 통해 담임을 해석하고, ...

결국 교사는 모둠을 다시 구성하기로 결론을 냈다 한다.

엄마의 개입으로 결국 교사, 또 아이들의 결정이 뒤집어졌다.


하루쯤 미뤄도 되었을 걸 굳이 그렇게 모둠을 짜야만 했던 교사의 사정도 있었겠고,

하여 반 아이들과 다 같이 결정한 일에 부모의 외압이 부당했을 법도 하고,

부모는 또 부모대로 부모 뜻이 아니라

현장학습을 가는 기관의 불가피한 일정 변경으로 아이가 개학날 못 갔던 것인데...

교사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부모와 아이에게 해야 했고,

부모는 늘 일어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

찬찬히 대응했더라면 좋을 걸 하는 아쉬움이 보는 이에게 있었다.

좀 과장하자면 아이에게 교사와 학교의 권위는 실추되었고,

부모는 더 강해졌으며,

앞으로도 부모가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나친 신뢰를 아이에게 만들었을 법도 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 부모가 물어왔다.

이상적으로는 아이에게 이런 말 정도를 했을 듯도 하다.

“굳이 개학 날 현장학습을 가기로 결정한 네 결정에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아주 못하는 아이들과 모둠이 되었다지만

오히려 네가 주도해서 멋지게 모둠원들을 돕고 과제수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너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한데.

선생님도 그런 걸 높이 사 주시지 않을까...”

그러나 당사자가 되면 우리는 또 달라지는 게 다 제 처지라...

교사와 그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둘러싼 아이들,

그러니까 교실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은 든다.



옥천 동이면 금암리에 다녀오다.

학부모이자 벗이 마을 끝에 집을 지었다.

이른 나이에 혼례를 올리고 집안의 아무런 도움 없이 그야말로 열심히 살아온 부부였다.

택호를 지어달라는 부탁을 여러 해전부터 받았다.

터를 보러 갔던 건 물론 더 오래 전이다.

그이가 가진 기질을 염두에 두며 몇 가지를 생각해보다.

‘집’자를 꼭 넣고 싶더라.

그 댁의 특정 나무를 살려도 좋을: 포도나무 집, 소나무집 같은.

위치로 보아 ‘끝집’도 좋을; 마무리, 매듭짓는 집, 제 집 건축이 그이 삶의 로망이었으니

일종이 삶의 결실이었노라 그런 의미로다가.

1. 여기 집(띄어쓰기가 중요함); 지금 여기 깨어있는 집, 여기가 바로 집.

2. 그저 집: 그대로 사뭇, 늘 한결같은,

3. 집 집: 일단 재미도 있고, 정말 집만큼 아름다운 낱말이 있나도 싶고.

4. 그대로 집:

정녕 여기가 평화 그대로의 집, 말도 부드럽고, 온전히 늘 그대로 일 수 있는 집.

5. '如如家(여여가)'는 어떨까?: 마음이 항시 똑같은 집. 한결 같은 집이란 뜻으로다가.

如如; 변함이 없음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013 2019. 9. 7.흙날. 13호 태풍 링링 지나간 옥영경 2019-10-16 15
5012 2019. 9. 6.쇠날. 흐리다 비바람 옥영경 2019-10-16 14
5011 2019. 9. 5.나무날. 소나기라 할 만치 / 가을학기 여는 날 옥영경 2019-10-16 15
5010 2019. 9. 4.물날. 비 / 조국 때문에 받은 문자? 옥영경 2019-10-16 18
5009 2019. 9. 3.불날. 비 오락가락 / 청년들의 분노가 이해되지만 옥영경 2019-10-16 14
5008 2019. 9. 2.달날. 흐리다 비 많은 옥영경 2019-10-16 13
5007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➂ (2019.8.31~9.1)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2 42
5006 산마을책방➂ 닫는 날, 2019. 9. 1.해날. 흐려가는 하늘 옥영경 2019-10-12 36
5005 산마을책방➂ 여는 날, 2019. 8.31.흙날. 맑음 옥영경 2019-10-12 36
5004 2019. 8.30.쇠날. 갬 옥영경 2019-10-12 40
5003 2019. 8.29.나무날. 흐림 / 때로 헤어짐을 지지함 옥영경 2019-10-11 29
5002 2019. 8.28.물날. 흐림 / 고무신 옥영경 2019-10-11 26
5001 2019. 8.27.불날. 안개비 / 당신이 내게 하늘을 주었을 때 옥영경 2019-10-11 31
» 2019. 8.26.달날. 맑음 옥영경 2019-10-10 34
4999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➁ (2019.8.24~25)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0 33
4998 산마을 책방➁ 닫는 날, 2019. 8.25.해날. 맑음 옥영경 2019-10-10 33
4997 산마을 책방➁ 여는 날, 2019. 8.24.흙날. 맑음 옥영경 2019-10-10 39
4996 2019. 8.23.쇠날. 맑음 / 우리는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가? 옥영경 2019-10-08 48
4995 2019. 8.22.나무날. 맑음 / 두 번을 놓치고, 한 번을 놓칠 뻔한 옥영경 2019-10-08 42
4994 2019. 8.21.물날. 흐림 / 소나무 전지 옥영경 2019-09-24 10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