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는 계자 글을 한 편이라도 올려야지,

벌써 8월도 마지막 날, 여름 계자가 끝난 것만도 스무 날이 지난.

이른 새벽 계자 사흗날 기록들 정리한 것을 이어 쓰니 아침 아홉 시.

햇발동과 창고동 욕실 청소를 하는 동안 하다샘이 방마다 청소기를 돌렸다.

낮밥으로 국수를 말고.

밭에 나가서는 이랑에 무씨를 뿌렸다!


한 가정이 못 오게 되었고, 두 가정이 함께한다.

그 가운데 한 가정이야 낮 4시쯤 느지막히 온다했지만

어라, 다른 가정 하나가 소식이 없다.

걱정이 좀 되기도, 초행인데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어서.

먼저 온 가정과 보이차를 마시다.

다른 가정이 들어서자 홍차를 달여 이 여름의 물꼬 음료 떼오 오랑주를 내고.

물꼬 한바퀴 돌았다; 우리 이리 살아요, 그런 이야기.

그때 교문 앞으로 재국이 아저씨 지나다.

"이 여름 내내 원 없이 아이들이 복숭아를 먹을 수 있었던,

문제의 바로 그 밭의 주인장이어요!"

아저씨도 운반기를 세우고 인사 건네오다.

서산으로 자리를 옮긴 해를 따라 안에서 책을 끼고 있다

저녁 밥상에 앉다. 하다샘이 설거지를 하고.


다시 책을 읽고 밤마실을 나가지.

이 여름 우리들의 두멧길 산책은

이 마을에서 윗마을 돌고개 쪽으로 왕복 3.2km를 걷는 일.

길바닥 드러누워 밤하늘도 보고, 골짝을 채운 소리도 듣고.

책을 읽듯 멧골을 읽었다.


장작놀이.

불가에서 오늘을 나누네.

힐링된다, 쉬는 것 같다는 어른들,

여기 살고 싶다는 승연, 또 와서 좋다는 세영과 세준.


아이들을 계자 보내면서 가장 큰 걱정이 재래식 화장실이었단다,

어떻게 쓰려나 싶어.

그런데, 돌아와 '그게 뭐?'라는 반응이었다나.

아이들 수가 많지 않으면서 냄새가 덜 났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좀 더 나은 방식으로 꾸려져서이기도 하겠는데,

첫째 공은 164계자를 꾸린 휘령샘과 근영샘이며들한테 있음을 안다.

혹 오줌이라도 튀어 냄새가 날까 누구보다 열심히 걸레질을 한 그네였다.

또 하나의 이유라면 역시 우리가 사물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 하는 부분.

그러니까 똥을 어떻게 인지하는가로 얼마든지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

우리는 그 아이들 똥을 모아 두엄을 만든다.

그것으로 무도 키우고 마늘도 키우고...

내 집 화장실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똥오줌이 어디 가는 거 아니다,

환경이니 생태운동이니 하면서

우리 집 오물이며 쓰레기를 끝까지 책임지더냐,

우리는 여기서 그것들을 마지막까지 책임지려 애쓴다,

아이들과 계자를 시작하며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지.

지독한 냄새를 이길 만큼 그 말들이 힘을 가졌는진 몰라도

너도 나도 애써보았다, 여기서.

무엇보다 그게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우리 즐거웠던 여름이었더라니,

그리도 특별했던 164 계자!


달골에서 더그메를 잠시 휘젓다가 모다 별방과 바람방에 들었더랬네.

천천히 아침을 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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