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달날. 흐리다 비 많은

조회 수 620 추천 수 0 2019.10.16 02:17:05


가을 장맛비가 시작되었다...


무밭을 돌보았다, 아이들 돌보듯.

풀은, 어찌 저리도 질긴가.

무보다 빠르고 배추보다 빠르고 때로 나무보다도 빠르다.

사람으로서는 백전백패다.

그들의 세상에서 그저 사람의 자리를 조금 엿볼 뿐이다.


소유와 자유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는 벗의 문자를 읽는다.

형님네로 들어가 억지 전세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소유할 게 왜 이리 많은가 하는 푸념.

침대 2개를 중고로 들이고, 냉장고에 세탁기에...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일하겠다고 처음 한국에 나왔을 때

차도 없고 집도 없던 그때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듯’하다는.

몇 자 답을 하였네.

‘뭔가 가진다는 건 또한 그만큼 챙길 게 많아지는 거지.

가진 것도 덜, 사람 관계도 덜,

내게 부디 그럴 수 있길.

사람이 사는 데 그리 많은 게 필요한 것 같지 않음!

그대 목록만 해도 침대가 우리에게 언제 그리 필수품이 되었나... 싶음 :)

그나저나 살림은 그리 장만하는 재미가 한편 있을.

물꼬도 혹 뭐 나누줄 게 있으려나 살펴봐야겠군 :)’


내가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곧 사람들이 몰렸고, 그러면 나는 떠났다.

그저 나물처럼 순하게 새 길을 다시 걸어갔다...

지난 8월이 저물던 어느 날 끼적거려놓은 문장이었더라.

물꼬가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던 시기며

물꼬에서 글쓰기를 하고 열린교실을 하고 계절학교를 시작하고

연극수업을 하고 새로운 학교를 열고

손말(수어)을 가르치고 화백제도를 재현(한데모임)하고 명상을 하고...

때때마다 교육적으로 필요한 작업들을

그 어떤 곳보다 먼저 시작했던

지난 역사를 돞아보며 썼던 글이었을 것이다.


구내염으로 또 고생이다.

지나가는 여름이 그렇게 몸으로 남았나 보다.

한밤 장 청소를 한다. 대장 내시경을 준비 중이다.

바로 준비되는 몸이라. 단식으로 단련된 시절도 있었으니.

배가 불러 그렇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3리터의 관장용 물을 반 나눠

나머지는 내일 오전 이어가기로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94 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옥영경 2006-05-17 1588
6293 6월 22일 기록에서 빼먹은 옥영경 2004-07-15 1587
6292 2009. 1.25.해날. 내리고 또 내리는 눈 / 설 옥영경 2009-02-05 1585
6291 2006.5.24.물날.맑음 / 봄밤의 밤낚시 옥영경 2006-05-25 1582
6290 2007. 5. 2.물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581
6289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77
6288 96 계자 닷새째, 8월 6일 쇠날 옥영경 2004-08-09 1576
6287 6월 23일, 책방에 더해진 책 옥영경 2004-07-04 1576
6286 5월 18일, 5.18과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576
6285 1월 19일 물날, 태국에서 돌아오다 옥영경 2005-01-25 1575
6284 97 계자 마지막날, 8월 14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08-15 1575
6283 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옥영경 2004-05-07 1575
6282 9월 13일,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분들 옥영경 2004-09-21 1574
6281 6월 15일 불날,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19 1574
6280 노트북컴퓨터 바뀌다 옥영경 2004-05-08 1574
6279 2009. 7. 4 흙날. 는개비 마른비 개고 / 진고개~노인봉~소금강 옥영경 2009-07-10 1572
6278 2월 3일 나무날 맑음, 102 계자 넷째 날 옥영경 2005-02-07 1572
6277 4월 23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4-24 1571
6276 2006.4.5.물날. 축축한 아침이더니 햇살 두터워지다 옥영경 2006-04-06 1570
6275 2005.10.22.흙날.맑음 / 감 깎다 옥영경 2005-10-24 157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