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밭에 풀을 뽑는다.

어째도 자라나는 것들은 자란다.

때로 키우려는 것보다, 애쓴 것보다 죽정이가 더 많기도 한다.

그래도 또 키워내는 손길들이라.

사는 일이 거듭 감동일세.


향낭을 만들었다.

비가 많은 이 가을, 어느새 여기저기 퀴퀴하다.

바람을 들이는 게 첫째겠지만 향을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

부직포에다 구한 것들을 한 숟가락씩 채운다.

나무의 수액이 굳은 유향나무 수지부터.

소나무 송진 같은 거다.

방부작용이 뛰어나 향수 재료로 많이 쓰인다지.

이러니 명상할 때들 쓸 게다.

동박박사가 아기예수를 맞으러 갈 때

가지고 간 세 가지 선물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었더라지.

붉은 자단향도 더한다.

심재가 붉어 자단향.

울릉도에서 나는 향나무다. 울향이라고 하는.

할아버지가 제사상을 마련하며 연필 깎듯 깎아 쓰셨던 물건.

한방소화제에 쓰이는 푸른 목향도 보탠다.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방아풀인 하얀색 곽향도 더하고,

검은 향부자도 넣고,

백단도 합한다.

안정감과 평온감을 주어 스트레스와 불면과 불안감에 효과가 있다는.

아, 계피가루도 한 숟가락.


이 재료들도 오방의 뜻이 있더라.

중앙의 노랑 유향, 좌청룡 목향에 우백호 곽향,

북현무 향부자에 남주작 자단향.

향재료도 그런 뜻을 담은 선인들이었네.

일곱 재료들을 잘 섞어 넣은 부직포 주머니를

다시 버선모양을 한 주머니에 담아 걸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4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1982
6493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81
6492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1974
6491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1973
6490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68
6489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68
6488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67
6487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66
6486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1966
6485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65
6484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61
6483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61
6482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59
6481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57
6480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56
6479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49
6478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45
6477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43
6476 12월 14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35
6475 2008. 3.14.쇠날. 갬 / 백두대간 6구간 가운데 '빼재~삼봉산' file 옥영경 2008-03-30 19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