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25.물날. 잠깐 볕

조회 수 696 추천 수 0 2019.10.31 23:23:11


두 장정의 밥을 펐다.

“고봉밥이네요!”

고봉...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따위를 담을 때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담는 방법을 그리 말한다.

높을 고에 봉우리 봉자이리라 했다.

그렇다면 봉자에 뫼 산자가 들어있겠고나.

찾아본다. 이런! 峯이 아니라 捧이었다.

봉우리 봉자가 아니라 받들 봉, 섬길 봉, 의지할 봉.

잘못 알고 그것이 그런 줄 모르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주말에는 9월 빈들모임을 앞두고 있다.

달골 아침뜨락 돌계단에 풀을 맨다.

너른 땅을 다 돌보지 못해도

들어서는 자리라도 손을 봐야지.

언제 저리 또 풀이 짙어졌는가.

달못 둘레, 감나무 둘레도 풀을 뽑는다.

걷는 길은 잔디깎기로 밀려한다.


몸이 일을 따르지 못하고 밀린다.

게으름이 일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몸이 느려졌다라고 하겠다.

마음도 그리 밀리다가 퍼뜩 생각을 바꾸었네.

그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할 수 있는 일을 할 만큼 하기.

기억에 남아 있어야 있었던 일이 된다.

그런데 그 기억은 몸이기도 하다.

그렇게 몸을 쓰나니.

오늘은 오래 손을 놓았던 백묘를 그려보네.

수채화 물감을 풀고 유화물감을 기름에 개진 못해도

연필로 형태를 뜨는 거야 못할 게 뭐람.


한 가족의 집중상담을 앞두고 있다.

아이의 자료가 한 달 전부터 한 상자 와 있다.

초등 저학년이라 부모자식 간 아주 심각한 갈등 양상이 있는 건 아니나

터질 듯 뿜은 씨앗을 본다.

늘 그렇듯 아이가 문제이겠는가. 역시 부모다.

아비와 아들의 거리가 벌써 멀다.

오늘은 자료를 훑으며 내 역할을 찾아보았다.


내일 오전은 잔디를 심기로.

이웃 절집 스님까지 손을 보탠다.

후다닥 손이 빠르기로 유명을 좀 탄다만

이제 그리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요새는 일을 앞두면 미리 준비를 좀 해둔다.

밤, 두어 가지 장 봐 온 것들 손질해놓고 가마솥방을 나섰네.

뭐도 약에 쓰려니 없다고 달골에 널린 칡넝쿨이

마을에는 또 없네.

내일 밥상에 칡잎을 쓸 일이 있는데 잊지 않고 따 내려와야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96
6613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93
661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71
661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30
661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16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37
6608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48
6607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25
6606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86
660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82
660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48
660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11
6602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90
6601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905
6600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67
6599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793
6598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63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56
6596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78
659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