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25.물날. 잠깐 볕

조회 수 652 추천 수 0 2019.10.31 23:23:11


두 장정의 밥을 펐다.

“고봉밥이네요!”

고봉...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따위를 담을 때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담는 방법을 그리 말한다.

높을 고에 봉우리 봉자이리라 했다.

그렇다면 봉자에 뫼 산자가 들어있겠고나.

찾아본다. 이런! 峯이 아니라 捧이었다.

봉우리 봉자가 아니라 받들 봉, 섬길 봉, 의지할 봉.

잘못 알고 그것이 그런 줄 모르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주말에는 9월 빈들모임을 앞두고 있다.

달골 아침뜨락 돌계단에 풀을 맨다.

너른 땅을 다 돌보지 못해도

들어서는 자리라도 손을 봐야지.

언제 저리 또 풀이 짙어졌는가.

달못 둘레, 감나무 둘레도 풀을 뽑는다.

걷는 길은 잔디깎기로 밀려한다.


몸이 일을 따르지 못하고 밀린다.

게으름이 일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몸이 느려졌다라고 하겠다.

마음도 그리 밀리다가 퍼뜩 생각을 바꾸었네.

그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할 수 있는 일을 할 만큼 하기.

기억에 남아 있어야 있었던 일이 된다.

그런데 그 기억은 몸이기도 하다.

그렇게 몸을 쓰나니.

오늘은 오래 손을 놓았던 백묘를 그려보네.

수채화 물감을 풀고 유화물감을 기름에 개진 못해도

연필로 형태를 뜨는 거야 못할 게 뭐람.


한 가족의 집중상담을 앞두고 있다.

아이의 자료가 한 달 전부터 한 상자 와 있다.

초등 저학년이라 부모자식 간 아주 심각한 갈등 양상이 있는 건 아니나

터질 듯 뿜은 씨앗을 본다.

늘 그렇듯 아이가 문제이겠는가. 역시 부모다.

아비와 아들의 거리가 벌써 멀다.

오늘은 자료를 훑으며 내 역할을 찾아보았다.


내일 오전은 잔디를 심기로.

이웃 절집 스님까지 손을 보탠다.

후다닥 손이 빠르기로 유명을 좀 탄다만

이제 그리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요새는 일을 앞두면 미리 준비를 좀 해둔다.

밤, 두어 가지 장 봐 온 것들 손질해놓고 가마솥방을 나섰네.

뭐도 약에 쓰려니 없다고 달골에 널린 칡넝쿨이

마을에는 또 없네.

내일 밥상에 칡잎을 쓸 일이 있는데 잊지 않고 따 내려와야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036 2008. 6.19.나무날. 비 옥영경 2008-07-06 1235
5035 2008. 6.20.쇠날. 비 옥영경 2008-07-06 1204
5034 2008. 6.21.흙날. 비 옥영경 2008-07-06 1351
5033 2008. 6.22.해날. 비 잠시 개다 옥영경 2008-07-06 1552
5032 2008. 6.23.달날. 잠깐 볕 옥영경 2008-07-11 1109
5031 2008. 6.24.불날. 볕 쨍쨍 옥영경 2008-07-11 1165
5030 2008. 6.25.물날. 맑음 옥영경 2008-07-11 1182
5029 2008. 6.2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7-11 1437
5028 2008. 6. 27.쇠날. 맑음 옥영경 2008-07-11 1187
5027 2008. 6.28.흙날. 비, 억수비 옥영경 2008-07-11 1277
5026 2008. 6.29.해날. 가랑비 뒤 옥영경 2008-07-11 1468
5025 2008. 6.30.달날. 맑음 옥영경 2008-07-21 1121
5024 2008. 7. 1.불날. 흐림 옥영경 2008-07-21 1084
5023 2008. 7. 2.물날. 갬 옥영경 2008-07-21 1303
5022 2008. 7. 3. 나무날. 아침비 옥영경 2008-07-21 1275
5021 2008. 7. 4.쇠날. 맑음, 무지 더울세 옥영경 2008-07-21 1224
5020 2008. 7. 5.흙날. 폭염주의보 옥영경 2008-07-21 1155
5019 2008. 7. 6.해날. 맑음 옥영경 2008-07-21 1357
5018 2008. 7. 7.달날. 맑음 옥영경 2008-07-24 1111
5017 2008. 7. 8.불날. 맑음 옥영경 2008-07-24 11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