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정의 밥을 펐다.
“고봉밥이네요!”
고봉...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따위를 담을 때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담는 방법을 그리 말한다.
높을 고에 봉우리 봉자이리라 했다.
그렇다면 봉자에 뫼 산자가 들어있겠고나.
찾아본다. 이런! 峯이 아니라 捧이었다.
봉우리 봉자가 아니라 받들 봉, 섬길 봉, 의지할 봉.
잘못 알고 그것이 그런 줄 모르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주말에는 9월 빈들모임을 앞두고 있다.
달골 아침뜨락 돌계단에 풀을 맨다.
너른 땅을 다 돌보지 못해도
들어서는 자리라도 손을 봐야지.
언제 저리 또 풀이 짙어졌는가.
달못 둘레, 감나무 둘레도 풀을 뽑는다.
걷는 길은 잔디깎기로 밀려한다.
몸이 일을 따르지 못하고 밀린다.
게으름이 일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몸이 느려졌다라고 하겠다.
마음도 그리 밀리다가 퍼뜩 생각을 바꾸었네.
그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할 수 있는 일을 할 만큼 하기.
기억에 남아 있어야 있었던 일이 된다.
그런데 그 기억은 몸이기도 하다.
그렇게 몸을 쓰나니.
오늘은 오래 손을 놓았던 백묘를 그려보네.
수채화 물감을 풀고 유화물감을 기름에 개진 못해도
연필로 형태를 뜨는 거야 못할 게 뭐람.
한 가족의 집중상담을 앞두고 있다.
아이의 자료가 한 달 전부터 한 상자 와 있다.
초등 저학년이라 부모자식 간 아주 심각한 갈등 양상이 있는 건 아니나
터질 듯 뿜은 씨앗을 본다.
늘 그렇듯 아이가 문제이겠는가. 역시 부모다.
아비와 아들의 거리가 벌써 멀다.
오늘은 자료를 훑으며 내 역할을 찾아보았다.
내일 오전은 잔디를 심기로.
이웃 절집 스님까지 손을 보탠다.
후다닥 손이 빠르기로 유명을 좀 탄다만
이제 그리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요새는 일을 앞두면 미리 준비를 좀 해둔다.
밤, 두어 가지 장 봐 온 것들 손질해놓고 가마솥방을 나섰네.
뭐도 약에 쓰려니 없다고 달골에 널린 칡넝쿨이
마을에는 또 없네.
내일 밥상에 칡잎을 쓸 일이 있는데 잊지 않고 따 내려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