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25.물날. 잠깐 볕

조회 수 667 추천 수 0 2019.10.31 23:23:11


두 장정의 밥을 펐다.

“고봉밥이네요!”

고봉...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따위를 담을 때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담는 방법을 그리 말한다.

높을 고에 봉우리 봉자이리라 했다.

그렇다면 봉자에 뫼 산자가 들어있겠고나.

찾아본다. 이런! 峯이 아니라 捧이었다.

봉우리 봉자가 아니라 받들 봉, 섬길 봉, 의지할 봉.

잘못 알고 그것이 그런 줄 모르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주말에는 9월 빈들모임을 앞두고 있다.

달골 아침뜨락 돌계단에 풀을 맨다.

너른 땅을 다 돌보지 못해도

들어서는 자리라도 손을 봐야지.

언제 저리 또 풀이 짙어졌는가.

달못 둘레, 감나무 둘레도 풀을 뽑는다.

걷는 길은 잔디깎기로 밀려한다.


몸이 일을 따르지 못하고 밀린다.

게으름이 일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몸이 느려졌다라고 하겠다.

마음도 그리 밀리다가 퍼뜩 생각을 바꾸었네.

그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할 수 있는 일을 할 만큼 하기.

기억에 남아 있어야 있었던 일이 된다.

그런데 그 기억은 몸이기도 하다.

그렇게 몸을 쓰나니.

오늘은 오래 손을 놓았던 백묘를 그려보네.

수채화 물감을 풀고 유화물감을 기름에 개진 못해도

연필로 형태를 뜨는 거야 못할 게 뭐람.


한 가족의 집중상담을 앞두고 있다.

아이의 자료가 한 달 전부터 한 상자 와 있다.

초등 저학년이라 부모자식 간 아주 심각한 갈등 양상이 있는 건 아니나

터질 듯 뿜은 씨앗을 본다.

늘 그렇듯 아이가 문제이겠는가. 역시 부모다.

아비와 아들의 거리가 벌써 멀다.

오늘은 자료를 훑으며 내 역할을 찾아보았다.


내일 오전은 잔디를 심기로.

이웃 절집 스님까지 손을 보탠다.

후다닥 손이 빠르기로 유명을 좀 탄다만

이제 그리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요새는 일을 앞두면 미리 준비를 좀 해둔다.

밤, 두어 가지 장 봐 온 것들 손질해놓고 가마솥방을 나섰네.

뭐도 약에 쓰려니 없다고 달골에 널린 칡넝쿨이

마을에는 또 없네.

내일 밥상에 칡잎을 쓸 일이 있는데 잊지 않고 따 내려와야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054 2008. 3.27.나무날. 맑으나 춥네요 옥영경 2008-04-12 1217
5053 2007. 5.15.불날. 맑음 옥영경 2007-05-31 1217
5052 2006.12.25.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17
5051 2006.11.27. -12. 3.달-해날 / 낙엽방학, 그리고 입양 계획 옥영경 2006-12-05 1217
5050 2006.8.31.나무날. 맑음 / 새 식구 옥영경 2006-09-14 1217
5049 7월 25일 달날 더위 가운데 옥영경 2005-07-31 1217
5048 2009. 1.21.물날. 흐림 옥영경 2009-01-31 1216
5047 2008.11. 2.해날. 꾸물럭 옥영경 2008-11-14 1216
5046 2007.10.10.물날. 맑음 옥영경 2007-10-17 1216
5045 2006.9.3.해날. 맑음 / 가을학기 햇발동 첫 밤 옥영경 2006-09-14 1216
5044 7월 9일 흙날 비, 비 옥영경 2005-07-16 1216
5043 159 계자 사흗날, 2015. 1. 6.불날. 소한, 흐리다 갬 옥영경 2015-01-12 1215
5042 152 계자 닫는 날, 2012. 8. 3.쇠날. 맑음 옥영경 2012-08-05 1215
5041 2012. 4. 9.달날. 흐린 오후 옥영경 2012-04-17 1215
5040 2011.11.11.쇠날. 흐리다 그예 비, 그리고 달빛 교교한 밤 옥영경 2011-11-23 1215
5039 147 계자 여는 날, 2011. 8.14.해날. 소나기 옥영경 2011-08-30 1215
5038 2011. 7.20.물날. 내리 폭염 옥영경 2011-08-01 1215
5037 2010. 8.22.해날. 오늘도 무지 더웠다 / 영화 <너를 보내는 숲> 옥영경 2010-09-07 1215
5036 132 계자 나흗날, 2009. 8. 5.물날. 보름달 옥영경 2009-08-11 1215
5035 2007.10.14.해날. 맑음 옥영경 2007-10-26 121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