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25.물날. 잠깐 볕

조회 수 608 추천 수 0 2019.10.31 23:23:11


두 장정의 밥을 펐다.

“고봉밥이네요!”

고봉...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따위를 담을 때

그릇의 전 위로 수북하게 담는 방법을 그리 말한다.

높을 고에 봉우리 봉자이리라 했다.

그렇다면 봉자에 뫼 산자가 들어있겠고나.

찾아본다. 이런! 峯이 아니라 捧이었다.

봉우리 봉자가 아니라 받들 봉, 섬길 봉, 의지할 봉.

잘못 알고 그것이 그런 줄 모르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주말에는 9월 빈들모임을 앞두고 있다.

달골 아침뜨락 돌계단에 풀을 맨다.

너른 땅을 다 돌보지 못해도

들어서는 자리라도 손을 봐야지.

언제 저리 또 풀이 짙어졌는가.

달못 둘레, 감나무 둘레도 풀을 뽑는다.

걷는 길은 잔디깎기로 밀려한다.


몸이 일을 따르지 못하고 밀린다.

게으름이 일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몸이 느려졌다라고 하겠다.

마음도 그리 밀리다가 퍼뜩 생각을 바꾸었네.

그냥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

할 수 있는 일을 할 만큼 하기.

기억에 남아 있어야 있었던 일이 된다.

그런데 그 기억은 몸이기도 하다.

그렇게 몸을 쓰나니.

오늘은 오래 손을 놓았던 백묘를 그려보네.

수채화 물감을 풀고 유화물감을 기름에 개진 못해도

연필로 형태를 뜨는 거야 못할 게 뭐람.


한 가족의 집중상담을 앞두고 있다.

아이의 자료가 한 달 전부터 한 상자 와 있다.

초등 저학년이라 부모자식 간 아주 심각한 갈등 양상이 있는 건 아니나

터질 듯 뿜은 씨앗을 본다.

늘 그렇듯 아이가 문제이겠는가. 역시 부모다.

아비와 아들의 거리가 벌써 멀다.

오늘은 자료를 훑으며 내 역할을 찾아보았다.


내일 오전은 잔디를 심기로.

이웃 절집 스님까지 손을 보탠다.

후다닥 손이 빠르기로 유명을 좀 탄다만

이제 그리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요새는 일을 앞두면 미리 준비를 좀 해둔다.

밤, 두어 가지 장 봐 온 것들 손질해놓고 가마솥방을 나섰네.

뭐도 약에 쓰려니 없다고 달골에 널린 칡넝쿨이

마을에는 또 없네.

내일 밥상에 칡잎을 쓸 일이 있는데 잊지 않고 따 내려와야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512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171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03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445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319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269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247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234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03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164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144
6625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28
6624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020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11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581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11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497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456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393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32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