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 1.불날.흐림

조회 수 501 추천 수 0 2019.11.22 16:36:53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게

학교 마당 작은 연못에 부레옥잠이 늦은 꽃을 피워 올렸고,

달골 햇발동 꽃밭 장미가 철 만났는 양 노란 꽃을 피웠다.

시월이면 가마솥방에 난로를 놓네 마네 하는 이 멧골이건만

올해는 아직 가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기온이다.

그래도 또한 가을은 와서 고춧대는 말랐고,

오늘은 고추 지주대를 치웠다.


이웃 도시의 한 공사장에서 바윗돌이 남았다는 연락이 왔다.

열두 개나 된다.

돌이 많지만 쓰임으로 보자면 여기저기 다 쓰일 수 있는 돌은 아니다.

준다고 다 거둬들일 것도 아니지만

마침 새 하얀 덩어리라 하기 달골 어디라도 나란히 놓기 좋겠다 하고

실어와 내렸다.


이웃 절집에도 건너간다.

아고라 잔디를 심으며 품을 빌렸다.

여기 저기 돌탑을 쌓는데,

감나무 아래 너저분한 공간에도 벽돌을 깔았으면 하시는 거라.

내가 좀 할 수 있는 일.

일꾼들과 맞춰 종일 한다면야 하루 만에 못할 일도 아니겠으나

물꼬 흐름도 있는 지라...

하루 두세 시간 건너가 작업을 하기로.

오늘은 그 둘레에 쌓다 팽개쳐져 있던 돌담부터 마저 쌓았다.

다른 날 땅을 긁고 고르고 다지고,

또 하루는 벽돌을 깔리라.


늘 긴장하며 살기는 어렵다.

어느 날 좀 느슨해졌다가 퍼뜩 정신을 하리고는 한다.

생태며 평화며 우리가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들도 어느새 잊고

상처 난 줄도 모르고 핏자국을 보고서야 놀라는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반생태적이고 반평화적인 일상을 살 때도 있다.

내가 하는 행위가 뭐 그리 영향을 줄 것이냐 싶게

주머니를 빠져나가 날리는 사탕껍질 하나 무심히 보듯이.

달골은 지하수를 쓰는데, 철분이 많다.

못 먹을 것도 아니지만

먹는 물로는 학교에서 정수기나 수돗물을 담아 와서 쓰고는 하는데,

지난여름에는 밖에서 생수통에 담긴 물들이 들어왔다.

오가는 이들이 사오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별 생각 없이 쓰고 있었던.

때로 사오라고 부탁을 하기까지.

세상에! 나온 패트병이 쌓인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냐고!

다시 가마솥방에서 물을 받아 달골에 올라오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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