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아, 추버요!”

학교아저씨가 가마솥방을 들어서는 아침 인사가 그러했다.

드디어 10월의 멧골 날씨가 시작되는가.

흐렸다 잠시 해 나왔다.

여러 날 이럴 거라고 했다.


오전에는 이웃집 품앗이 일에 나섰다.

사흘째 작업이다.

내리 한 일은 아니고 띄엄띄엄, 그것도 종일 한 일은 아니고 두세 시간씩.

절집 단장 불사에 한 귀퉁이를 맡아 손을 보태왔다.

물꼬의 아침뜨樂의 미궁처럼 그곳 감나무 아래를

두 가지 색깔 벽돌로 달팽이처럼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그것은 그곳의 일이나 수행공간이라면 물꼬를 넓힌 거라는 내적 계산과 함께. 하하.

오늘은 그 마지막 작업으로 가장자리 돌담을 더 높여 마무리.

돌을 다루는 일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이었다.

말을 동원하지 않아 더욱.

하지만 아주 힘이 들 땐 노래를 부르기도.

괜히 노동요가 있는 게 아니지.

다른 작업을 하던 이들이 건너에서 추임새도 넣어주고.


오후에는 사이집에 모였다.

마당의 정화조 마감 공사를 드디어 오늘 한.

건축주(물론 나다)가 없었던 지난해였다.

건축주가 없더라도 그 일은 그 일대로 진행하면 된다 했지만

해가 넘어갔다.

한 샘이 일을 맡았으나 멀리서 오가며 달골 일에 보태는 손만도 힘들었으리라.

게다 자유로이 나다니던 시절과 달리 직장에 매여 지난해를 보내셨으니 더욱 어려웠으리.

“지난번에 하던 서슬에 했으면 간단한데...”

정화조 판매상이 새로 덮어야 한다는 정화조 뚜껑을 팔며 그랬다.

환경법은 자주 바뀐다지.

노란색이 칠해진 뚜껑으로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정화조 허가 구조가 달라져 다시 파서 배관을 해야 했다.

생활하수가 정화조로 들어가지 않게,

예전엔 정화조 입수 쪽에 연결된 것을

지금은 출수 쪽에 이어야.

허가 문제가 아니어도 움푹 패여 들어가 정리가 필요했던 공간이었다.

다시 작업을 한 뒤 시멘트로 마감하다.

어둡도록 일을 한 옷의 먼지를 털어내고들

이웃이 산에서 따준 싸리버섯이며들로 버섯덮밥을 푸지게 먹었더라.


그리고, 그대에게.

좋아하는 일을 모르겠다 하셨나.

그게 괴로울 일은 아니겠다.

좋아하는 일을 일찍 잘 찾아 나아가기만 하면 어딘가 당도하기 빠를 수는 있을 테지.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돌아보더라도

더 나은 출발이 꼭 더 좋은 결과인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일을 먼저 해보지, 뭐.

그러다보면 그게 정말 좋아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라면 또 아닌 줄을 알게 되지 않겠느뇨.

그런 게 허비일 것 같지만,

무엇이든 한 것은 몸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이 내 생에 어떤 힘으로 작용할지 어이 아누.

또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해서 그게 내내 좋아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버린 시간이 아니지.

좋아하지 않는 줄을 알게 되었잖나.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네.

하자!

하면서 힘을 내자고 자주 얘기했더랬네.

그것처럼 '하면서' 찾아봅시다려.

건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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