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 화단 옆 도랑의 가을은 낙엽이 채워지는 것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긁어낸다.

아이들 대신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낙엽들도 본다. 가을이다.


8월 8일생 진돗개 한 마리가 왔다. 그러니까 생후 2개월.

물꼬에서 퍽 오래 산 ‘사과’와 ‘만화’가 봄이 오면 집을 떠나게 되지 싶어

강아지를 구한다 여기저기 소문을 냈던 올해였다.

아침뜨樂에 드는 멧돼지를 몰아내기 위해서도

개 한 마리 있어야겠다 마음이 바빴네.

김천의 어느 댁에서 업어왔다.

이름을 지어야 할 테지.

엇, 그런데 그가 실려 온 상자에 제습기를 납품하는 쪽의 인쇄글이 있는 거라;

나는 제습제입니다.

제습제라 부른다. 근데 좀 길군.

끝의 제를 떼고 제습이라 부르기로 한다.

습기를 없앤다, 라는 뜻은 우울을 털어낸다는 뜻으로까지 의미가 확장된다. 좋다.

더 생각해보니 습을 익힐 습(習) 한자로 두면 제 스스로 익히는 자라는 뜻도 되네.

우선 사이집 앞에 학교에서 실어온 집을 놓아준다.

좀 귀엽다. 아니 많이 귀엽다. 모든 어린 것들이 그러하듯.


물꼬는 공부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두고

어른을 위해서는 그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교육활동들을 한다.

요새는 연필화를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저녁에 수업을 하는 날인데,

허가를 위해 엊그제 했던 사이집 정화조 작업을

오늘 여럿이 그 둘레 남은 일들에 손을 모았네.

일을 두고 끝내기가 아쉬워 조금 서두르게 되었는데,

자리를 뜨면서 손전화를 놓고 가거나

심기길 기다리는 철쭉에 물 주던 호스를 앞 쪽만 잠그고 수도꼭지 쪽에서는 안 잠가

호스에 난 구멍에서 물이 오래 샜거나...

그런 부주의에 작은 짜증이 일었더라.

아차, 뭔가를 포기하고 시간을 확보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인 걸.

어째 그리 많은 날마다를 살고도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02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40
6601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25
6600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08
6599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171
6598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46
6597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486
6596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064
6595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785
6594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40
6593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05
6592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087
6591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61
6590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39
6589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860
6588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25
6587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747
6586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13
6585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21
6584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53
6583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0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