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하나 건너와 아침밥상에 앉았다.
시래기죽을 끓여냈다.
뜨끈한 밥이 힘을 내게 할 계절이 시작되었다.
재작년부터 이 시월까지 쌓인 빈병들이 바깥해우소 뒤란 창고를 차지하고 있었다.
소주병 300개, 맥주병 120개.
하얀샘과 학교아저씨가 실어나가서 식료품으로 바꿔왔다.
오늘은 수업도 없고 별다른 일정도 없다.
부엌을 좀 치워낸다.
양념통을 채우고, 양념선반과 양념바구니도 털고 닦고,
가마솥방 곳간도 나가서 찬장을 정리한다.
묵은 것들을 내서 개밥냄비에 넣고 끓이고.
싱크대 아래와 그 너머 구석진 곳까지 막대기를 쥐고 길게 손을 뻗어 닦아낸다.
허리가 삐긋, 손목도 시큰.
표도 안 나는 이 일들이라니...
그런데, 나는 안다, 청소하는 나는 안다. 적어도 자신은 자기가 한 일을 알지 않는가.
그래서 표 나는 일이 된다. 그러니 헛일이 아닌 거다!
달골 사이집에서는,
여기 일이란 게 인부가 들어와 일을 맡아 집중적으로 그 일을 하는 일이 드무니,
짬짬이 하는 일이라,
사이집 정화조 일이 이어진다.
흙을 다시 파내고 관을 재배치하고 다시 흙을 덮고 시멘트로 마감하고,
그 자리를 정리하는 것으로 끝인데 또 무슨 일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일이 있더라.
뭔가가 또 삐걱거린 거다.
비로소 뚜껑을 중심으로 콘크리트를 치고 손 털다.
오늘도 날이 어두워서야 달골을 나왔네.
(노동으로) 사람 같이 살 수 있어 고맙다,
내 복이라, (다른 존재에 대한) 연민이 있어, 손발(노동할)이 있어!
노동으로 존재가 풍요롭다.
물꼬의 삶은 밀도가 높다.
단순히 열심히가 아니라 어떤 열심인가,
그저 행복한 게 아니라 어떤 행복인가,
그 열심과 그 행복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 물을 수 있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