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2.흙날. 맑음 / 돌격대

조회 수 49 추천 수 0 2019.11.27 10:28:04


학교아저씨는 마늘 심을 준비를 서서히 한다.

잡초부터 패 내고 있었다.

은행잎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쓸어냈다.


물꼬가 오늘은 인근 도시 너머까지 넓혀졌더라나.

내가 유기농 한다 하여 농약을 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살충제와 제초제를 치는 나무들 사이에서 일을 도왔다.

05시 일어나 곧 출발, 06시가 막 지나 현장에 합류했다.

농약 줄 둘을 살피는 일이 만만찮더라.

별 하는 일 없이 서 있기만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또 도움꾼이 없으면 쉽잖은.

농약을 중심에서 밖으로 쳐나갈 때는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되었지만

돌아들어올 때는 줄을 당겨 약 치는 이들의 힘을 덜어주어야 했다.

줄이 꼬이지 않도록, 또 그들이 원활하도록 요리조리 살펴야 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말품으로 과일도 얻어먹고

중국인 친구에게 중국어를 몇 마디 배우기도 하고

어른들과도 이렇게 물꼬에서처럼 아이들과 놀듯이 놀고 일했네.

“우리는 팀이름도 있어! 돌격대!”

저녁 밥상 앞, 내일도 일들을 한다 하기 마침 해날이라 나 역시 붙을 수 있지.

물꼬에 손발 보태는 이의 현장, 그야말로 품앗이라.

“저까지 더해져야 ‘돌격대’ 완전체지!”

그 이름은 순전히 마스크에서 시작되었다.

그 마스크에 돌격대라는 상표이름이 적혀있었거든.

그래서 함께 일하게 된 우리는 돌격대가 되었더란 말이지.

연세 일흔 넷인 반장님이 어이 없어하시며

웃을까 말까 어리둥절해 하시는 얼굴이었더라는.


저녁까지 푸지게 먹고들 헤어져 달골에 드니 열 시가 넘어 되었다.

가끔 우리가 달골 행랑채라고 농을 하는,

며칠 씩 와서 농삿일을 보는 대문 곁 농막도 비어있고

적막이 흐르는 달골,

앗, 제습이가 없다!

엊그제 들어온 생후 2개월된 진돗개 강아지다.

줄이 끊어져 있었다.

그 어린 게 어찌 된 걸까, 어디서 헤매고 있는 걸까,

인물을 탐할 만하니 누가 업어 가버렸나,

멧돼지에게 먹힌 건 아닐까,

달빛마저 없었더라면!

외등을 켜고 줄을 자세히 보니 연장으로 끊은 건 아니고

저가 뱅글뱅글 돌며 끊었네 짐작은 됐는데,

애가 타서 불러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집 앞에 쭈그려 앉았는데,

그때 어둠 속에서 제습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배는 고프고 주인은 없고,

혼자 이 어둡고 너른 데서 얼마나 황망했을 것인가...

서둘러 밥을 주었다.


다른 때 물꼬에서의 작업 같으면

마른 흙먼지 정도만 털어서 작업복을 다시 입을 것이나

늦은 밤 작업복도 빨고 장화도 씻었다,

농약 난무한 밭을 다녀왔으니.

그제야 글 한 줄 쓰는데, 쏟아지는 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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