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방 앞 은행나무도 알이 낙엽처럼 떨어진다.

온 학교가 해우소인 양 냄새를 풍긴다.


오늘은 먼 곳에 일이 있었다.

삶이 불교지향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불자는 아니다.

그래도 여러 절집과 인연이 이어지더니

가람배치라든지에 말을 보태거나 생각을 보탤 일까지 생기기도.

07시 일어나 남도의 큰 섬에 다녀오다.

가는 길 운전자가 있는 차에 동행하다.

그러니 전화를 편히 써서 여러 일을 보네.

주말에 있을 물꼬스테이 구성원들을 조율하고,

안부전화들을 넣다.

받을 일 많아도 하기는 몇 없는 그런 전화.

동기들을 보지 못한지 오래여도 노모들에게 안녕을 여쭙기도 하지.

그 편에 동기들 혹은 선배들의 소식을 듣기도 한다지.

선배 하나가 삶터를 떠나 강원도로 옮긴 소식도

요양병원 계신 그 댁 어머님 편에 듣네.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봄가을로 찾아뵙는데, 전화도 늦어지고 있었더니

어머님은 그런 생각을 다 하셨더라지.

어디 나이 들어서만 서운한 게 많던가.

더 살펴드려야 하리.

우리 모두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된다...


돌아오는 길, 어두웠다. 2차선 도로였다.

멀리 맞은편에서 차가 오고 있었다.

운전석 옆에 타고 있었다.

앗! 골목에서 갑자기 차가 툭 튀어나왔다.

운전자가 빨리 감지하고 얼른 피했다.

맞은편 차는 아주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 차가 얼른 꺾어 다시 제 길에 들어섰지만,

갑자기 나왔던 트럭은 결국 우리 차 꽁무니를 박고 말았다.

트럭에서 내린 나이 드신 양반, 연신 미안해라 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범퍼는 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합의들을 했다.

그런데! 차가 튀어나오고 차가 피하고,

그리고 탄 차가 부딪히는 모든 상황을 눈으로 다 보았단 말이지.

그래서였을까, 머리가 날카롭게 아프기 시작했고 온몸이 뻐근해졌다.

일종의 교통사고 후유증?

음... 병원이 먼 멧골이다. 이래서도 안 가고 저래서도 안 가고,

병에 대한 혹은 병원에 대해 거리를 가지는 나름의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고,

게을러서도 바빠서도 멀어서도 병원은 아득한 곳인데...


제습이 밥 주려고 바쁜 마음이었다.

진돗개 강아리 한 마리만 지키고 있는 달골이었다.

서둘러 돌아오다.

요새는 그를 기대는 어둠 깊은 멧골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074 2021. 8.25.물날. 비 / 아프가니스탄의 8월 옥영경 2021-09-14 579
5073 171계자 여는 날, 2023. 1. 8.해날. 화창한 겨울 하루 옥영경 2023-01-10 579
5072 2019. 7. 8.달날. 맑음 / 올해 두 번째로 나올 책의 원고 교정 중 옥영경 2019-08-17 580
5071 5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5.19.해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19-07-19 581
5070 산마을 책방➀ 여는 날, 2019. 8.17.흙날. 맑음 옥영경 2019-09-19 582
5069 170계자 나흗날, 2022. 8.10.물날. 비 옥영경 2022-08-17 582
5068 2022.12. 3.흙날. 흐리다 빗방울 둘 옥영경 2022-12-27 582
5067 2019. 5.28.불날. 흐린 오후를 건너 볕 옥영경 2019-08-01 584
5066 2019.10.14.달날. 흐림 옥영경 2019-11-27 584
5065 2019.11. 2.흙날. 맑음 옥영경 2019-12-18 584
5064 2023. 8.25.쇠날. 맑음 / 저 애는 무슨 낙으로 살까? 옥영경 2023-08-29 584
5063 2024. 1. 4.나무날. 새벽 싸락눈 옥영경 2024-01-08 584
5062 173계자 닫는 날, 2024. 1.1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1-15 584
5061 2019. 7. 6.흙날. 가끔 해를 가리는 먹구름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나무심는사람, 2003) 옥영경 2019-08-16 587
5060 2019 여름 청계 여는 날, 2019. 7.20. 흙날. 비 옥영경 2019-08-17 587
5059 168계자 닷샛날, 2021. 8.12.나무날. 갬 / 어기영차! [1] 옥영경 2021-08-17 587
5058 2023학년도 겨울, 173계자(1.7~12) 갈무리글 옥영경 2024-01-15 587
5057 2022. 2. 1.불날 ~ 2. 2.물날. 눈 날리고 이튿날 흐렸던 옥영경 2022-02-24 588
5056 ‘2022 연어의 날’ 여는 날, 2022.6.25.흙날. 오려다 만 비 옥영경 2022-07-13 588
5055 2019. 5.22.물날. 맑음 / 삽질 tip 옥영경 2019-07-24 58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