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물날. 빗방울 셋

조회 수 501 추천 수 0 2019.12.10 11:56:16


한 아이가 책을 왜 읽느냐 물었다.

왜 우리는, 아니, 나는 책을 읽는가.

존재가 풍요로워진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런데 그것이 허영과는 어떻게 다른가.

적어도 존재의 풍요를 자랑하려고 읽는 건 아니니 허영은 아니겠다.

한 작가의 말을 꺼내오기도 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삶이 더 나빠지지 않고 있다고 느껴진다던.

그렇다.

“설혹 삶이 더 악화되어도 자신의 존엄까지 위협받지는 않게 느끼게 되더라.”

아이가 물었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냐고.

꼭 골라 읽어야 하나.

일단 읽어 가다보면 스스로 고르게 되더라.

두어 권을 권하기도 하였네.


사흘째 사이집 마당 자갈돌을 골라내고 있다.

굴착기 다녀간 뒤에 남은 일이다.

편백나무 너머 가장자리로 둘러친 바윗돌들을 쓸기도 했다.

굴착기 작업 뒤 흙부스러기들이 얹혀 있었던.

하는 김에 수돗물을 끌어와 씻기기도 하려다

뭘 그렇게까지 할까 싶어 관두다.

일의 적정범위를 생각했네.


이웃 노모가 병원에 입원을 했고,

죽을 끓여 보냈다.

세상 일들에서 물꼬가 할 만한 일, 손이 닿는 일을 한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 못잖게 어른들을 위해서도 뭔가를 찾아서 하는.

마른 밤도 불려 으깨 넣었네.


오래 집밥을 먹지 못하고 있는 대처 식구들 밥을 하러 간다.

밥은 영혼이라.

것도 그것이지만 왕진을 요청한.

타인에게 하는 것이면 불법의료행위겠지만 식구들에게야 민간요법일.

식구 하나가 목과 허리를 앓고 있다.

한방으로도 양방으로도 계속 불편한 모양.

그럴 땐 집에서 해왔던 방식이 소용이 되고는 하였던지라

멧골로 들어올 시간은 없어 며칠 전부터 걸음을 부탁해왔던.

저녁상을 물리고 움직인다.


나가는 걸음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반납하다.

“아...”

지역교육도서관 신간코너에는 때때마다 두 권을 따로 세워두는데

<내 삶은...>이 따로 세워져 있는 거다.

혹 저자가 지역 사람인 줄 알고 했는가 하였더니

사서도 그제야 알았다 했다.

뭐 어째도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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