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4.나무날. 좀 흐림

조회 수 500 추천 수 0 2019.12.10 11:58:03


박바가지 두 개 가마솥방 가구 꼭대기에 오래 엎어져있었다.

꼭 장식이었다기 보다...

도려내고 전등으로 쓸까, 장식탈을 만들까도 생각하다

그저 돌처럼 아주 오래 거기 있었다.

오늘 끌어내리고 닦고 사포질을 하고 콩기름을 먹였다.

서너 차례 기름칠을 더해서 쓸라한다.

사물은 놓여있기보다 쓰일 때 더 빛나더라.


예취기로 마른 풀들을 깎네,

이제 힘없을 풀이라지만 마른 것들 키가 제법 겅중하여.

사이집은, 굴착기 들어왔던 길에 걷어냈던 두 개의 코코넛매트를 다시 깔았네.

거기도 풀씨들 자리 틀고 앉아 솟은 걸

손댄 김에 뽑아냈다.


군청 환경과에서 사이집 정화조 점검을 나왔네.

이제야 준공검사 과정을 하나씩 짚어가는데.

군청으로 돌아가는 사람 편에

군수님께 지난 6월 낸 <내 삶은 내가 살게...>를 보냈다.그런 상황이 또 재밌데.

시골 버스편에 읍내에서 종점으로 실어 보내는 장날 물건처럼.

“뭐 불편한 거 없으시죠?”

반가워라 고마워라 당장 답전화가 들어왔더라,

물꼬 사정을 두루 물으시며.정치적 성향이 다른 건 다른 거고 또 관계는 관계라.


마을 아래 이웃 절집에서 불사가 한창.

오는 해날에 점안식을 한다지.

그런데 일, 그거 참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준 이와 일을 하는 이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다.

돈을 준다고 내 마음대로 일이 되는 게 아니다.

누가 절집에 석상을 보시했는데,

그게 들어온다고 일의 전부가 아니다.

그 주위를 정리하거나 하는 나머지 일은 그 자리를 지키는 자의 것.

시작하는 절이라 아직 종무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스님이 하실 일이 많을 것이라.

행사를 하자면 적어도, 정말 적어도 이삼일 전에는 바깥일들이 끝나야

안에서 할 준비들을 할 수 있으리.

절에서야 신도들이 음식도 준비하고 청소며도 그들이 할 것이지만

스님이 하셔야 할 준비도 만만찮으리.

그걸 준비할 날이 있어야지!

그런데 공사하는 일이 전날까지 가면 그들 밥도 신경 써야지,

어수선하게 끝난 자리 정리도 돼야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은 살림이라.

그래서 나섰다.

막바지 작업을 흙날에 들어와 한다하기

아구, 하루라도 당겨 주십사 애가 타는 스님 마음을 헤아려

일 할 당사자들을 만나러 갔네.

다행히 마음을 내주시더라.

내일 당장 사람들이 들어와 난간 용접이며를 하겠다지.

스님은 내게 고맙다셨으나 어찌 내가 한 일이겠는가.

일할 그들이 시간과 마음을 낸 일이라,

불사에 함께하는 그 첫 마음을 되짚었던 것이라.

물꼬가 열일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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