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쇠날. 구름 좀

조회 수 518 추천 수 0 2019.12.10 12:00:04


새벽 도둑비가 다녀갔다.

종일 사람 만날 일 없이 일만 하는 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

오전에는 사이집 마당 자갈돌을 골라냈고,

오후엔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들어가

감나무 아래 벽돌을 깔기 위해 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그렇게 시작해서 옴자 사이사이로 길을 내고

아고라를 거쳐 달못으로, 그리 그리 걸음을 따라 벽돌을 깔 계획이다.

올해의 절반은 아침뜨락에서 보내는 듯.


몇 해 전이었을 것이다.

한의원을 가서 그곳에서 쓰이는 환자에 대한 응대의 말들에

어색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더랬다.

존칭어는 맞는데 접미사가 희한하게 붙은.

- 누우시께요.

- 옷을 좀 올리시께요.

어느새 곳곳에서 그런 말투는 넘치고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용자가 되어 있었다.


시카고에 살았을 적 한인 부부를 만난 적 있다.

남편은 1.5세로 한국말이 서툴고는 했다.

어느 날 그이가 집안일하는 아주머니를 모시고 가면서 아내에게 던진 말,

“아줌마 가지고 올게.”

bring을 그리 번역했을 터였다.

더하여 일본어가 침투해 있는 우리말에 해방 이후 영어가 범람하면서

피동형이 넘치게 된 것 또한 그런 예.

- 주문 도와드릴 게요.

- 소개시키다

- 양해 말씀드립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소개하다”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써야 할.


오늘 요새 흔히 쓰이는 우스꽝스런 존칭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말법을 다시 가지런히 해보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4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80
6613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69
6612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40
6611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01
661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90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16
6608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10
6607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16
6606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69
660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55
6604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27
6603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94
6602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74
6601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893
6600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55
6599 새해, 앉은 자리가 아랫목 같으소서 옥영경 2004-01-28 1782
6598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48
6597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44
6596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70
6595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2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