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쇠날. 구름 좀

조회 수 492 추천 수 0 2019.12.10 12:00:04


새벽 도둑비가 다녀갔다.

종일 사람 만날 일 없이 일만 하는 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

오전에는 사이집 마당 자갈돌을 골라냈고,

오후엔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들어가

감나무 아래 벽돌을 깔기 위해 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그렇게 시작해서 옴자 사이사이로 길을 내고

아고라를 거쳐 달못으로, 그리 그리 걸음을 따라 벽돌을 깔 계획이다.

올해의 절반은 아침뜨락에서 보내는 듯.


몇 해 전이었을 것이다.

한의원을 가서 그곳에서 쓰이는 환자에 대한 응대의 말들에

어색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더랬다.

존칭어는 맞는데 접미사가 희한하게 붙은.

- 누우시께요.

- 옷을 좀 올리시께요.

어느새 곳곳에서 그런 말투는 넘치고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용자가 되어 있었다.


시카고에 살았을 적 한인 부부를 만난 적 있다.

남편은 1.5세로 한국말이 서툴고는 했다.

어느 날 그이가 집안일하는 아주머니를 모시고 가면서 아내에게 던진 말,

“아줌마 가지고 올게.”

bring을 그리 번역했을 터였다.

더하여 일본어가 침투해 있는 우리말에 해방 이후 영어가 범람하면서

피동형이 넘치게 된 것 또한 그런 예.

- 주문 도와드릴 게요.

- 소개시키다

- 양해 말씀드립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소개하다”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써야 할.


오늘 요새 흔히 쓰이는 우스꽝스런 존칭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말법을 다시 가지런히 해보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6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58
6575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54
6574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52
6573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49
6572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45
6571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36
6570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36
6569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34
6568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18
6567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17
6566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03
656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02
6564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01
6563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00
6562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98
6561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196
6560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195
6559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189
6558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189
655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185
XE Login

OpenID Login